국립환경연구원은 5일 “한반도 전 지역에 내리는 눈은 산성비의 일종”이라고 밝혔다. 특히 통계적으로 봤을 때 눈의 산성도가 오히려 빗물보다 높다는 게 이 연구원측의 지적이다. 연구원측에 따르면 1998년의 경우 서울지역에는 1년 내내 산성비가 내렸고 눈이 많이 오는 2월의 산성도가 가장 높았다.
눈의 산성도가 빗물보다 높은 것은 겨울철에는 강우량이 적어 대기 중에 머물고 있는 오염물질이 한꺼번에 눈과 결합돼 내리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원측의 설명이다. 또 눈은 강하(降下)속도가 느려 대기 중에서 오염물질을 함유할 시간이 많다. 정반대의 원리로 장마철에는 산성도가 가장 낮다.
산성비는 토양을 산성화시켜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인체에 가려움증이나 탈모촉진 등의 피해를 준다. 국립환경연구원 한진석(韓振錫)과장은 “산성눈을 먹을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흙탕물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산성눈이 얼마나 혼탁한 지는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흰색 차에 쌓인 눈이 녹으면 차가 얼마나 더러워지는지 운전자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산성눈은 또 차가 부식되는 것을 촉진시킨다. 산성눈은 대도시나 공업지역에만 내리지 않고 제주도와 울릉도 등 대한민국 전역에 내린다. 1997년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눈을 포함해 제주도에 내리는 빗물의 약 60% 가 산성비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기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산성비가 만들어지는 원인의 30%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산성비가 식물 성장방해 등 간접적으로 우리나라에 주는 피해액은 연간 3조원(1998년 기준)에 이른다.
산성눈보다 더 무서운 건 산성안개. 노약자나 기관지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특히 치명적인 산성안개는 공기 중에 떠나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 비나 눈보다 인체에 해롭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