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김태길-안병욱 교수의 철학에세이

  • 입력 2000년 1월 8일 09시 06분


◇무심선생과의 대화◇

▼김태길 지음/철학과현실사, 317쪽, 8000원▼

◇나를 위한 인생 12장◇

▼안병욱 지음/자유문학사, 280쪽, 7000원▼

올해 팔순을 맞는 원로 철학자 두 사람이 나란히 철학에세이집을 내놨다.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와 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 두 사람은 학문적 업적 외에 대중적 철학서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 왔다.

김태길교수의 새 저서는 74년 처음 발간된 후 장편 수필의 새 장을 열며 지식인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흐르지 않는 세월’(철학과현실사)의 후편. 저자가 은사인 무심(無心) 선생과의 대화를 통해 올바른 삶과 인생, 그리고 학문적 자세 등 근원적인 문제들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돼 있는 전편은 70년대 대학생들의 지적 고뇌를 대변한 필독서로 여러 대학의 철학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무심선생은 과연 누구인가? 삽화처럼 소개돼 있는 김교수의 짧은 사랑 이야기에 등장한 여성은 과연 실재인물인가? 이같은 의문과 함께 교정을 겸해 초고를 통독했으나 책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꽃다운 젊음에 난초 같던 생을 마감한 딸 지연(地連)에게 바친 첫 페이지에 얽힌 사연도 화제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김교수는 속편의 제목을 일찌감치 ‘무심선생과의 대화’로 정했다고 한다. 25년여 세월이 흐른 탓에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자녀교육 건강 여성 결혼 종교 전통문화 멋있는 삶 등으로 옮아갔다. 그래서 대화의 내용은 더욱 편안하고 넉넉해졌다.

김교수는 “이제는 어지간히 나이도 들어 더 늙기 전에 못 다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는 생각에서 후편을 내게 됐다”면서 “대화를 하는 ‘나’와 ‘무심(無心) 선생’은 나 자신을 ‘젊은 나’와 ‘나이든 나’로 나눠 자문자답(自問自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병욱교수는 생명 사랑 만남 자아실현 등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12가지 주제를 정해 자신의 사색을 정리했다. 그는 머리말에서 그 핵심을 한 마디로 이야기했다.

“이 책은 나의 인생관의 요약이라고 볼 수 있다. 팔순의 노경(老境)에 이르러 내가 도달한 지혜는 도골덕기(道骨德器)라는 네 글자다. 도인다운 뼈대와 덕을 담는 그릇이 되자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배우는 것’ ‘사랑은 인생의 태양이다’ 등의 소제목과 함께 각 장의 맨 앞에 자필 붓글씨로 자신이 좋아하는 구절을 적었다. 안교수는 이 책을 ‘북녘 땅 어느 산자락에 누워 계시는 부모님의 영(靈)과 혼(魂) 앞에 바친다’고 적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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