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조르주 상드에서 애거서 크리스티까지 18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겼으나 역사에서 잊혀지고 왜곡된 여성들의 인간적이고도 비극적인 삶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 책이다.
근대 페미니즘의 토대를 마련한 영국 출신의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두번의 자살기도와 사생아를 낳았다는 '비정상적인 사생활'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한세기 반동안 역사적·사회적으로 매장당해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의 어머니로만 기억되었다.
반면 60대의 나이에 22년 연하의 남성과 사랑을 나누는 자유분방한 여자였던 조르주 상드는 스캔들로 인한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변화와 단절의 시기인 낭만주의라는 짧은 역사적 시기에 살았기에 자신의 동료인 예술가와 지식인들 그리고 급진적인 독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나갈 수 있었다.
미국의 시인 로라 라이딩과 자신의 딸을 죽인 아우로라 로드리게스는 광기와 사악함으로 대표되며, 로댕의 연인이자 제자로만 기록된 저주받은 천재 조각가 카뮤 끌로델과 남장을 하고 아프리카의 사막을 돌아다닌 이사벨 에버하트의 생애는 인생 항로 자체가 조난의 연속이었고, 프리다 칼로와 레이디 오톨린 모렐은 더이상 망가질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서도 마지막까지 당당히 싸웠다.
사회적 편견과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간 여성 15인의 거짓과 비극으로 점철된 생애를 통해 그 시대의 모순과 비합리성을, 아울러 성차별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그동안 역사에 묻혀 있던 한 개인의 진정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여성의 삶과 역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고미나<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