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은 ‘채련기 주석(採蓮記 註釋)’이라는 제목으로 ‘문학사상’ 신년호에 실렸다. 1월호 수록 작품이 단 며칠만에 수상작으로 결정 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
문학사상사는 수상에 앞서 지난해 말 문학평론가 기자 등 관계인사에게 수상작 후보 추천을 의뢰했다. 의뢰서에는 “99년 겨울 (12월) 호까지 문예지에 실린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한다”는 조건이 명기돼 있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이상문학상의 후보추천 제도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학사상사가 ‘귀사의 문예지에 실렸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니 원고를 디스켓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작품을 보냈는데, 그 뒤에야 뒤늦게 후보작 추천을 의뢰하는 팩스를 받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12일 기자에게 한 독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의 제목이 왜 바뀌었는지 알고싶다. 작품의 주제에 부합되는 제목 보다는 상품성을 고려한 제목으로 바꾼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문학사상사의 황인석 잡지팀장은 “전년도 1월부터 12월까지 문예지 수록작품을 대상으로 선발한다는 규정은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는, 가변적인 것”이라며 “작품명이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는 심사위원들의 조언에 작가가 동의, 작품 제목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은 77년 작가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 을 첫 수상작으로 배출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의 하나로 자리잡아왔다. 수상작과 후보작, 기수상작가 우수작 등을 엮어 출간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매년 30만부 안팎을 발간하는 문단의 ‘고정 베스트셀러’로 알려져 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