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오프라 윈프리의 특별한 지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특별한 지혜' 빌 애들러 엮음/송제훈 옮김/집사재 펴냄/287쪽 7500원▼

사생아로 태어나 강간과 성적 학대 속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일찍이 미숙아 사산과 마약 복용을 경험한 흑인 여성이 있었다. 한때 좌절과 절망의 극단에서 인생의 쓴맛을 보았던 그녀는 지금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진행하는 미국 최고의 유명인사가 되어있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흑인으로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 그녀의 이름은 오프라 윈프리.

국내에도 <오프라 윈프리 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녀는 <타임>지가 뽑은 '20세기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선정된 바 있으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자 연간 1,500억의 수입을 올리는 억만장자이다. 하지만 '모든 사이즈를 다 경험해봤다'는 체중의 변화만큼이나 그녀의 삶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난한 흑인소녀가 미국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세상을 보는 오프라 윈프리만의 독특한 시각을 이 책은 그녀의 육성을 통해 들려준다.

잡지와 신문에 실린 오프라 윈프리의 인터뷰 기사와 TV 녹화 테이프, 강연 원고 등에서 발췌한 내용들이 10여개의 주제로 엮여 있다. 성장기에서부터 토크쇼를 맡기까지 그리고 영화배우로서의 이력 및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 등 그녀의 전부 혹은 그 이상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끌어가는 절묘한 편집은 마치 그녀와 직접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점은 행간에서 묻어나는 그녀만의 지혜다. 그저 남의 인생을 엿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말 잘하는 진행자가 아닌 생각 있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그녀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통찰력과 재치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힘에 관한 다음의 언급 역시 인상적이다.

"현재의 모습이 어떻든, 출신 배경이 어떻든,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힘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 자신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이 컬러 퍼플에서 앨리스 워커가 말하는 것입니다 : 여러분은 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할 수 있는."

엮은이 빌 애들러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특별한 지혜>, <로널드 레이건의 특별한 지혜> 등을 편집한 바 있다. 유명세에 기대어 자칫 유명인의 삶을 과대평가할 수 있는 소지에도 불구하고 그의 탁월한 자료수집력과 편집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경희<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