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SBS'생명의 기적' 수중분만등 소개…신선한 충격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임신에서 출산까지 모두 의사의 관리 아래 조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 산모와 아기에게 최선의 행위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를 보고 난 뒤 회의가 들었습니다. (중략) 의료인의 입장에서 당연시되던 것들이지만 산모와 아기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는데….”

한 종합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가 SBS ‘생명의 기적’ 3부작(8,15,16일 밤10·55)을 보고 pc통신에 올린 시청 소감은 이 프로의 사회적 파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양프로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28.1%(1,2부), 34.6%(3부)의 높은 시청률(AC닐슨코리아 기준)은 오히려 피상적 결과물일 뿐이다.

“때가 되면 ‘기계적으로’ 병원 침실에 누워 출산하는 것 외의 대안은 없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생명의 기적’ 3부작은 의료계 현업에서조차 현실적인 이유로 외면당했던 소중한 사실들을 일깨워줬다. 제작진은 국내에서는 존재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수중분만 등 각종 ‘대안 출산법’을 소개하는 수준에만 그치지 않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영국 옥스퍼드대 산부인과 병동에서 지난해 173명의 아이가 욕조에서 태어났다’는 등 이미 두 세 발짝 앞선 서구의 출산양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방송이 나간 직후 방송사에는 “미처 몰랐던 것을 알려줘 고맙다”는 국내 유수 종합병원 의사들의 의견이 빗발쳤다. 1회 방송분에서 뮤지컬 배우 최정원의 수중분만을 지휘하는 등 프로 제작에 깊이 관여했던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박문일교수(women.hanyang.ac.kr·대한태교연구회장)는 20일 서울 중구 타워호텔에서 ‘임신부 사랑선언’이라는 행사를 마련, 이 프로에 나온 태교·출산 관련 각종 정보를 소개할 계획이다. 또 이 프로는 태아는 출산에서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출산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보다 IQ가 평균 2정도 낮다는 점은 그런 예였다.15일 자정 편집실에서 10여개월 간의 제작 일정을 마친 이 프로 담당 박정훈 PD는 “생명의 소중함을 탐구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며 제작 후기를 피력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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