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맛집]김재찬/퓨전 레스토랑 빠진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57분


남들이 부러워 하는 정보통신회사에 다니는 총각 Y씨(29). 1년전 한 규수를 소개받았는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자기주장이 강한 N세대 아가씨지만 분위기에 약한 그녀의 마음을 사로 잡고 싶은데….

유행의 거리 서울 청담동에 요즘 자고 나면 하나씩 생긴다는 퓨전푸드 식당. 이중 ‘Pan Ethnic(범 민족적)’이란 슬로건을 내건 ‘빠진(Pazin)’이 얼마전 문을 열었다. 천장과 벽에 반사되는 간접 조명이 음식점 답지 않게 은은하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내는 곳.

빠진은 팔진(八珍)의 중국어 발음으로 여덟 개의 산해진미를 뜻한다. 용의 간, 봉황새의 골, 성성이(원숭이의 일종)의 입술, 곰 발바닥, 표범의 애저, 잉어 꼬리, 솔개 구이, 사슴꼬리 등.

우선 복어살 관자 조갯살 오향장육이 나오는 냉채를 전채로 시킨다. 이탈리안 발사믹 소스 토마토 와인비니거 소스가 침샘을 자극한다.

스프는 먹물국수를 곁들인 해산물 스프가 좋다. 차돌배기로 국물을 내고 굴 관자 새우 등 듬뿍 넣은 해산물이 자아내는 담백한 맛이 특징. 하나만 시켜 나눠 달라고 한다.

와인은 사랑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아마로네’. 달콤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을 그녀에게 안겨준다. “아마로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인 이탈리아 베로나 지방의 와인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메인은 이탈리안 발사믹 소스와 일식의 유자로 만든 폰즈소스에 중국술 소홍주를 섞어 맛을 낸 빠진풍의 안심구이가 훌륭하다. 양이 많으므로 하프사이즈를 주문한다. 디저트로는 고구마 타피오카나 망고 푸딩이 어울린다.

이렇게 풀코스로 즐기면 세금 포함 8만9100원. 와인 값은 별도. 02-3442-0087

김재찬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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