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이광수를 위한 변명'

  • 입력 2000년 1월 18일 16시 22분


▼'이광수를 위한 변명' 이중오 지음/중앙M&B 펴냄/304쪽 8000원▼

"왜 우리는 이광수를 이광수로 보지 못하는가"

뒤통수를 치는 물음이다.

많은 사람들은 모든 일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 '편견'이 개인적인 것이든 대중에게 공유된 것이든 이에 대한 도전은 늘 이렇게 당황스럽거나 의미있는 문제제기로 다가온다.

뉴욕주립대 의대 정신과 교수로 있는 저자 이종오는 새천년을 맞이한 지금, 천연덕스럽게 '이광수'를 끄집어낸다. "춘원의 행적과 의식의 세계를 조명해 봄으로써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격동하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침하다가 몰락해갔던 '한국적 자아의 영광과 오욕' 그리고 그것이 축약된 한국 근대사의 모습을 드러내보이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우선 '친일' 인사 이광수에 대해 저자는 "'이광수'라는 희생양을 통해 누구도 주지 않는 면죄부를 강탈해 간 친일파 지성인들의 책동의 희생물"이라 강변한다. 저자는 이광수의 삶의 조건과 자아의 역동적 네트워크, 그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과 영향력에 비해 조명받지 못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또 '나의 고백' '민족개조론'등 이광수의 저술을 세밀하게 분석, 이광수의 사상이 친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친일인사로 결론내려진 잣대에 맞춘 분석보다는 일제시대를 살았던 '인간' 이광수에 초점을 맞춘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세밀한 분석은 그 빛을 발하기 힘들 것 같다. 이광수가 말한대로 "3만8천명이라는 민족의 엘리트를 구함으로써 민족을 보존하려고 친일한 것"은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의 차이로 옳고 그름의 단정적 결론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저 이광수를 위한 '변명을 위한 변명'으로 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개화기 한국의 자화상인 인간 '이광수'와의 성숙한 만남을 통해 우리 지성사의 변증법적인 발전을 꾀하려는 저자의 노력의 결과이다.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에 대한 반박글을 쓰기도 했던 저자의, 또다른 한국 지성사에 대한 반박이 공론화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신은<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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