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축구를 한다?
김종환 교수(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의 '로봇축구' 아이디어는 고루한 통념에 젖어 있던 일반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통념은 크게 두 가지. 로봇 태권V나 마징가Z처럼 '만화 같은' 이미지가 아니면, 자동차를 자동 조립하고 용접하는 산업용 로봇의 이미지이기 일쑤였다.
이 책은 그러한 통념을 바로잡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수많은 로봇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으며, 단지 그것을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느끼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 그에 따르면 화성 탐사에 쓰였던 소저너는 물론, 자동문 비디오 인공지능밥통 전자렌지 전화기, 심지어 거리의 교통신호등에 이르기까지 "로봇 아닌 게 없을 정도"다.
'축구하는 로봇'은 로봇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기 위한 그의 비장의 카드다. 그는 "산업용 로봇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로봇시대"라고 선언한다. 산업적 필요에 따라 같은 공정을 되풀이하는 로봇이 아니라 오락거리로, 혹은 즐거움의 재료로 기능하는 로봇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개인이 PC처럼 로봇을 휴대할 수 있는 시대, 로봇이 3차 산업인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시대다.
물론 그렇다고 축구 로봇을 만드는 공정조차 손쉬운 오락거리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로봇의 지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센서, 제어, 마이크로 컨트롤러, 무선 통신 등과 함께 퍼지논리, 신경회로망, 진화연산 같은 복잡한 이론이 로봇 속에 숨겨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로봇공학의 정수(精髓)가 집약돼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주변의 반응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물론 동종 학계의 전문가들조차 '엔터테인먼트 로봇'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교수는 '실제로 로봇을 만들어 보여주자'고 결심했다. 7.5cm 정사면체 모양의 로봇 6대(각팀 3대)가 1.3m×0.9m 크기의 경기장 안에서 승부를 가리는 로봇축구 대회가 탄생한 연유다.
행사를 기획하는 순간부터 김교수는 로봇 연구자라는 본업 외에 로봇축구 대회 기획자라는 가외의 업무까지 떠맡았다. 로봇을 만드는 한편 축구대회 규칙을 짰고,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대회 참가를 독려했다. 다양한 시행착오와 난관이 있었고, 기쁨과 분노, 실망이 교차했다. '로봇축구 이야기'는 그러한 사건과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있다. 전체의 3분의 1 분량으로 권말에 실린 '로봇축구 시스템'에 대한 전문적 설명을 빼면 아기자기한 소설로도 읽힐 법한 내용이다. 특히 '로보컵'이라는 유사 축구대회를 만들어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일본측과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은 스릴러의 묘미까지 느끼게 한다.
김상현<동아닷컴 기자>dot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