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함께 25년을 보낸 한국소믈리에협회 서한정회장(57·호텔신라 소믈리에 담당과장)의 와인 예찬론.
올초 미국 CNN은 ‘새로운 세기의 음식 이슈’ 10가지를 선정하면서 와인이 전세계적으로 유행, 누구든 쉽게 마시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와인은 우리에게도 어느덧 더 이상 화려한 정찬에나 어울리는 ‘고고한 술’이 아닌 ‘일상의 작은 호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래도 막상 레스토랑에서 와인리스트를 받아들면 뭔가 어색해 하는 사람이 많다. ‘와인 제대로 즐기는 법’을 확실하게 알아보면….
▼이것만 외워두면 문제없어요▼
‘와인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단 길다란 와인리스트와 와인 병 라벨의 복잡한 글자들에 기가 죽는다. 하지만 특별한 와인애호가가 아닌 바에야 몇 개의 대표적인 이름만 외어두면 간단하게 문제가 풀린다.
가장 유명한 프랑스와인은 원산지 몇 가지를 익혀두면 된다. 레드와인의 경우 ‘메독(M'doc)’‘생테밀리옹(Saint-(milion)’‘포이약(Pauillac)’‘마고(Margaux)’‘포메롤(Pomerol)’ ‘샤또(Ch&teau)’, 화이트와인의 경우 ‘샤블리(Chablis)’ ‘푸이퓌메(Pouilly-Fum')’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잘 맞는다. 한번씩 맛을 보고 좋아하는 맛과 이름을 기억해둔다.
라벨에 쓰여진 숫자는 포도수확연도를 나타낸다. ‘빈티지’라고 하는데 7만∼8만원대의 고급와인일 경우 빈티지에서 10년 안팎, 1만∼2만원대의 보통와인일 경우 3,4년 정도 지난 후가 맛이 가장 좋다.
호주 미국 칠레 등 다른 나라의 와인은 포도품종 몇 가지를 기억해두면 좋다. 레드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메를로(Merlot)’,화이트와인은 ‘샤르도네(Chardonnay)’를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이젠 실수하지 마세요▼
와인 시음할 때는 색→ 향→ 맛의 순서를 따른다.
우선 와인 잔을 옆쪽에서도 보고 위에서 내려다보기도 하며 색깔이 투명하고 아름다운지를 살핀다. 그다음 두세번 흔들어 잔 전체에 향이 퍼지게 한 다음 향을 맡아본다. 마지막으로 와인 한모금을 머금어 입 속 전체를 적신 다음 공기를 ‘훗’ 하고 빨아들여 맛을 음미한다.
와인잔을 잡을 때는 둥그런 부분을 잡지 말고 길다란 줄기부분을 잡아야 한다. 와인 맛이 손의 온도에 민감하게 변하는 탓도 있고 와인 잔이 지저분하게 되는 것을 막으려는 이유도 있다.
▼더 맛있게 드세요▼
서회장은 “아무리 좋은 와인이더라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조언한다. 레드와인은 17, 18도에서, 화이트와인은 드라이 타입의 경우 10도 전후, 스위트 타입의 경우 5, 6도에서 가장 맛있다.
와인 맛을 가장 잘 느끼려면 물로 입가심을 하거나 감미가 없는 건조한 빵을 먹어 혀를 씻어내는 것이 좋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