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한성열 편역/학지사 297쪽 8000원▼
“모든 발달상의 위기는 취약성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동시에 뭔가 새로운 강점을 증가시킨다.”
신체의 큰 변화 없이 다가오는 40대의 심리적 위기, 커다란 신체적 변화와 함께 느끼게 되는 노년기의 심리적 무력감. 이 두 권의 책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두 위기를 바라보며 의미를 찾으려 한다. 미국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짐 콘웨이는 중년의 위기를 바라보며, 20세기 심리학에 큰 영향을 미친 세 심리학자는 노년기에 이르러 각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인생의 새로운 의미와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남자 나이 마흔. 10여 년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가정도 안정되고 사회적 지위도 얻은 데 대한 성취감과 함께, 젊은 시절에 가졌던 꿈을 대부분 접어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심리적 좌절과 허탈감에 빠진다.
그러나 중년의 위기는 사춘기와 달리 육체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심리 현상이기 때문에 별달리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 주는 이가 없다. 더구나 남자의 경우는 어렸을 적부터 약함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교육받아 왔고, 직장과 가정에서의 위치는 그의 흔들림을 용납하지 않는다. “나약함 보여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이 사회가 그에게 40년 동안 가르친 생존의 기술이었다. 중년 남성의 돌연사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와의 게임에 이기기 위해 최신 유행의 옷, 다양한 생활방식, 염색, 주름살 제거, 머리카락 이식 등 외모를 변화시키는 데 매달리다가는 결국 실망할 수밖에 없다. 콘웨이는 10대에 이어 두 번째로 “자신은 누구이고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제2의 청년기’를 통해 청년기부터 가져온 목표들이 새롭게 되거나 확장 충족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다시 사랑에 빠지려는 노력을 하라”고 권한다. 일과 친구와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려는 노력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가 새롭게 조명된다는 것이다. 중년의 위기는 40여년간 공들인 인생 전체를 뒤흔들 만큼 심각한 위기가 아니라 평온한 성인의 삶에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단계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또 ‘노년기의…’에서는 세 심리학자가 각자의 인간관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노년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 간다.
우선 인간에 대해 정신분석학적 접근을 하는 에릭 에릭슨. 그는 프로이트의 사상을 이어받아 무의식에 관심을 기울인다. 젊은 시절에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들이 노년에 무의식 속에서 짐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었을 적의 미해결 문제들을 하나하나 의식의 표면으로 끄집어 내 화해하고 그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동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B F 스키너는 노년기에 활발하게 지적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환경을 어떻게 꾸며나갈 것인가에 주목한다. 인본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카를 로저스는 환경보다 인간의 주관적 정서를 강조한다. 그는 노년기에 신체적 정신적 변화에 어떻게 주체적으로 대응하며 삶을 계속해 나갈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들은 노년기에 생식성은 쇠약해질지라도 생산성과 창조성은 여전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노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의미있는 삶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321쪽 8000원, 297쪽 80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