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40대 그 자체”라는 게 정원장의 말. 중년에 들어서는 40대는 남자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지각변동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탈출하고 싶어하는 10대, 모든 것을 즐기는 20대,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조직순응적이며 남자다운 강직함을 키워 온 30대를 거친 남성은 40대에 들어서면서 심리적으로 10대와 다시 비슷해진다.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는 경직된 직장생활 속에서 되레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이려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 그러나 사회와 가정은 끝까지 강한 남자로 남아있기를 강요한다.
‘일탈’은 이때 시작된다.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우는 것도 성욕때문이 아니라 ‘새 세상’을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
줄잡아 80여곳의 대기업에서 부장급이상 중년남성을 대상으로 강의해온 그가 ‘남성심리 전문의’가 되기로 한 배경에는 상처가 있다.
정원장은 12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의 아버지는 자식에 대한 의무만 생각하며 조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급기야 우울증에 걸렸다. 연세대의대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92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딸 때까지 그게 우울증인 줄 몰랐던 정원장은 뒤늦게 아버지를 직접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년도 안돼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심리적 지각변동을 제대로 받아들였더라면, 강하고 완벽한 남성상을 추구하지 않았더라면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정원장은 남성들에게 “울고 싶을 때는 솔직하게 눈물을 흘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부탁한다. 어느날 남편이 나약해 보이고 주책맞아 보여도 따뜻하게 안아줄 것을.
<나성엽기자> news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