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은 다른 장르 혹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교감하거나 기계와의 인터랙티브를 통해 즉흥적이고 유동적인 공연을 펼쳤다. 예를 들어 피리소리가 컴퓨터를 통해 변형되거나, 영상이 음향에 의해 바뀌는가 하면 여러 장르의 표현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어우러졌다.
최근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표현수단의 통합, 장르의 통합, 형식의 파괴, 예술과 일상의 만남, 예술과 과학과의 만남 등 다양한 현상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새로운 예술’의 해로 지정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참가자들의 열정과 예술적 성과에도 아쉬운 점은 역시 짧은 준비기간과 적은 예산으로 인한 궁색함이 엿보인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작품 ‘인간과 멀티미디어의 인터랙티브’에서는 이른바 트윈 트릭(Twin Trick)이라고 하는 연출에서, 같은 출연자들이 대극장과 소극장 사이를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또 실험성이라는 규범에 치중한 탓인지 너무 높은 자유도를 허용했고, 결과적으로 인식을 위한 코드를 찾지 못한 관객이 고립됐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주최측이 표명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공연양식’이라는 표현은 무리였다. 유사한 기법과 형식으로 진행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예술의 미래를 위해서도 과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원곤(한국영상학회장·멀티미디어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