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순정만화를 모함하는가"…박인하 '누가캔디'출간

  • 입력 2000년 1월 24일 19시 10분


“주근깨 투성이의 소녀 캔디가 고아원에서 나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외부의 도움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자신의 강한 의지에 있었습니다. ‘순정만화〓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생각은 순정 만화를 읽지 않는 남성들의 편견일 뿐이지요.”

부천카툰네트워크(BCN) 인터넷팀장이자 만화평론가인 박인하씨(34)가 남성으로선 드물게 순정만화에 대한 ‘변호’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가 최근 ‘누가 캔디를 모함했나’(살림출판사)를 냈다. 국내 순정만화 50년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한 만화 비평집.

그는 이 책에서 ‘여자가 만들고, 여자들만 읽는 만화’ 로 평가돼 온 순정만화의 정당한 자리찾기를 시도한다. 또 8∼9등신 캐릭터, 꽃 날리는 배경, 조형적인 칸 나누기 등 순정만화 특유의 감성 표현법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다.

“순정만화의 탐미적인 캐릭터는 남성의 욕망과 지배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의 욕구와 욕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하고, ‘마초’가 만연한 남성 세계에 대한 여성들의 능동적인 자기 표현이기도 하지요.”

그의 설명에 의하면 70년대 후반 ‘캔디 캔디’의 TV 방영 이후 본격적으로 촉발된 순정만화 붐은 황미나 김진 신일숙 등 작가들의 등장으로 대중화한다. 80년대 후반 순정만화 전문 잡지 ‘르네상스’의 창간 이후 수많은 신인들이 등장하면서 순정만화는 전성기를 맞았다는 것. 극화 위주의 ‘남자 만화’가 일본만화 베끼기와 도제식 풍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순정만화’ 작가들은 진지한 작가주의 작업으로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박씨는 “90년대 들어 순정만화의 배경은 서구 일색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과 동북아 고대사로 확대되고 환타지 세계로 들어가기도 했으며, 로맨스 일색이던 소재도 억압받는 교육현실과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으로 확대됐다”고 말한다.

황미나 강경옥 신일숙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의 추억어린 작품들과 원수연 나예리 천계영 등 요즘 작가들의 풍부한 도판들도 함께 실려 눈길을 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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