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오른 옆방의 J선배. 지난해 과장 진급에서 빠졌다. 얼른 인사명단이 붙은 게시판에 가보니 J선배의 이름이 없다. 오늘같이 말로 하기 복잡한 기분일 때, 뭐 좀 화끈하게 소주 한 잔 할 데가 없을까?
서울 송파구 잠실 먹자골목에 ‘원조 갯마을 낙지’란 산낙지 철판구이집이 있다. 전남 완도나 고금도산 싱싱한 낙지가 일품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낙지는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남성의 스태미나 증강에 효과가 있는 타우린 성분도 많다고 했다.
자리에 앉으면 주인 아줌마가 콩나물 버섯 양배추 호박 깻잎 미나리 쑥갓 등 야채와 산낙지를 철판에 놓고 고추장 무 배 양파 등이 섞인 다대기와 참기름을 넣어 철판구이를 해준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다대기 양을 조절하면 된다.
추운 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로 정신이 번쩍 드는 낙지볶음에 소주 한 잔을 걸치다보면 어느덧 울분은 사라진다. 몇 년전 TV인기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엉터리 철학자는 “삶에 회의가 올 때 호되게 매운 낙지를 먹으면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반찬으로 나오는 갓김치 배추김치 물김치 등과 파래무침 해초무침 젓갈 등 ‘바다 잔치’도 일미다. 산낙지철판구이 2인분에 소주 한 병을 시키면 2만9000원. 세발낙지(1만5000원)와 낙지파전(9000원)도 술안주로 좋다. 점심은 오전 11시반부터 시작하고 저녁은 자정까지. 02-412-7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