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사운드인 도입부만 제외하면 애절한 록발라드인 ‘영원’의 멜로디는 언뜻 그의 삶과 닮았다. “이제 사는 법을 알겠어…/…늦진 않을 거야. 기다릴게 언제라도…” .
그의 표현대로 ‘절제하지 못했던 날’에 대한 회한어린 대사는 그가 1년 동안 고함을 질러가며 만들었다는 탁성(濁聲) 속에 짙게 스며든다.
군 제대 후인 97년 방송사의 출연 제의가 완전히 끊겨 연기자로서의 자존심이 송두리째 무너져 갈 즈음, 최진영은 기획사 사장들과 단란주점에서 노래를 부르다 “괜찮은 음색인데 가수 한번 해 볼래?”라는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연기자라는 ‘관성’과 최진실의 동생이라는 ‘그늘’은 가수로 거듭나려는 그를 끝까지 잡아챘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사는 세 번 바뀌었고 ‘엎기’(녹음하다 중단하는 것)가 계속됐다. 그의 앨범에서 ‘영원’을 비롯해 다른 곡들의 목소리 굵기가 서로 다른 것은 작업이 계속 중단되면서 목소리도 그 때마다 달라졌기 때문이다.
본격 데뷔 전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차인표와 장동건 등을 동원한 3억원짜리 뮤직비디오를 먼저 내건 전략을 놓고 “왜 조성모를 따라했느냐”는 세인들의 입방아에 최진영은 할 말이 많다.
“아직 완전한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시선끌기용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스카이’ 대신 ‘최진영1집’으로 활동했다면 제가 목이 터져라 불렀던 ‘영원’을 노래로만 받아들였을까요?”
최진영은 지난해 12월초 데뷔무대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직 ‘죽지않은’ 자신을 발견한 데 대한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