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탑은 공통점이 많다. 전체적인 모습은 물론이고 이들이 처한 서글픈 운명까지. 원각사지탑은 유리보호막에 꽉 갇혀 버리게 됐고 경천사탑은 2003년 실내 전시실로 옮겨질 운명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지난달 원각사지탑에 유리보호각을 세웠다.비둘기 배설물, 산성비, 공해, 바람 등의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경천사탑은 보수공사가 끝나는대로 2003년 서울 용산의 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안으로 옮겨 전시된다. 더 이상 야외에 놔둘 경우,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문화재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석탑은 원칙적으로 야외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과 호흡하고 사람과 숨결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두 석탑은 제자리를 잃고 숨막히는 인공 공간에 갇히게 된 것이다. 석탑에 유리보호막을 씌운 것이나 실내에 전시하는 것 모두 우리 문화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두 탑이 이처럼 비슷한 운명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두 탑의 재질이 모두 대리석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석탑은 화강암이다. 대리석은 화강암에 비해 약하다. 대리석은 화강암보다 물러 정교한 조각을 할 수 있다. 반면 재질이 약한 탓에 훼손도 쉽다. 대기에 약하고 수분에도 약하다. 두 탑의 슬픈 운명은 이런 ‘원죄’ 때문이다. 하지만 유리막을 씌우고 실내로 옮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재구 학예연구관(한국미술사)은 “새로운 보호시설을 마련한다고 해서 유물보존이 완벽하게 이루어 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 두 탑의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유리막 내부나 전시실 실내를 자연과 비슷한 조건으로 만드는 일. 자연 채광이 가능하고 온도차를 최소화하며 결로(結露) 현상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경천사탑의 경우, 박물관 전시실에 관람객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 현재로선 유리막과 실내전시실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유리막에 갇힌 원각사지탑은 흡수 ‘밀봉된 석굴암’을 보는 것처럼 관람객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지금의 상태가 문화재 보존의 전부는 아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