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최연소 국립발레단장에 임명돼 4년간 국립발레단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최태지씨(41)가 지난해 12월 재단법인으로 다시 태어난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전 국립발레단장인 임성남씨가 이사장을 맡았지만, 국립극장에서 독립한 발레단의 살림을 꾸려가는 실질적인 책임자가 된 것.
갸날픈 체구에 평생 춤만 추어온 발레리나. 재일교포라는 핸디캡을 딛고 그는 4년간 차분히 일해 왔고,국립발레단을 김지영 김용걸 김주원 김원국 등 발레스타들의 산실로 만들었다.
국립발레단은 그동안 라이벌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에 비해 ‘무용수들의 테크닉은 좋은데, 무대세트가 떨어진다’는 평을 들어왔다. 1년에 세 편의 대작을 무대에 올리면서 공연예산으로 총 5억5000만원을 쓰는 국립발레단과 지난해 ‘라 바야데르’ 한 작품에만 8억원을 들였던 UBC와는 세트에서 경쟁이 안됐던 것.
“재단법인이 돼 민간의 기부금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데다 예술의전당이라는 훌륭한 극장을 이용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쁩니다.”
그는 국가 예산에만 묶여있던 데서 벗어나 국립발레단 후원회(회장 윤병철·하나은행 회장)를 중심으로 예술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국립발레단은 3월 국립극장에서 ‘새봄을 여는 발레3부작’을 시작으로 10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페스티벌’ 기간 중 ‘백조의호수’나 ‘로미오와 줄리엣’ 중의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연말에는 ‘호두까기 인형’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계획. 이에 따라 UBC는 ‘호두까기 인형’의 무대를 세종문화회관으로 옮길 계획이어서 서울 강남과 강북에 새 터전을 잡은 두 단체의 선의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고전발레의 명장면들을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해설이 있는 발레’를 연말까지 매달 셋째 금요일과 토요일 국립극장에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