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지씨, 재단법인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 취임

  • 입력 2000년 1월 25일 18시 43분


“홀로 서려니 더욱 떨려요. 다시 발레리나로 돌아가 무대에 처음 서는 느낌이랄까요.”

1996년 최연소 국립발레단장에 임명돼 4년간 국립발레단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최태지씨(41)가 지난해 12월 재단법인으로 다시 태어난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전 국립발레단장인 임성남씨가 이사장을 맡았지만, 국립극장에서 독립한 발레단의 살림을 꾸려가는 실질적인 책임자가 된 것.

갸날픈 체구에 평생 춤만 추어온 발레리나. 재일교포라는 핸디캡을 딛고 그는 4년간 차분히 일해 왔고,국립발레단을 김지영 김용걸 김주원 김원국 등 발레스타들의 산실로 만들었다.

국립발레단은 그동안 라이벌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에 비해 ‘무용수들의 테크닉은 좋은데, 무대세트가 떨어진다’는 평을 들어왔다. 1년에 세 편의 대작을 무대에 올리면서 공연예산으로 총 5억5000만원을 쓰는 국립발레단과 지난해 ‘라 바야데르’ 한 작품에만 8억원을 들였던 UBC와는 세트에서 경쟁이 안됐던 것.

“재단법인이 돼 민간의 기부금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데다 예술의전당이라는 훌륭한 극장을 이용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쁩니다.”

그는 국가 예산에만 묶여있던 데서 벗어나 국립발레단 후원회(회장 윤병철·하나은행 회장)를 중심으로 예술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국립발레단은 3월 국립극장에서 ‘새봄을 여는 발레3부작’을 시작으로 10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페스티벌’ 기간 중 ‘백조의호수’나 ‘로미오와 줄리엣’ 중의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연말에는 ‘호두까기 인형’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계획. 이에 따라 UBC는 ‘호두까기 인형’의 무대를 세종문화회관으로 옮길 계획이어서 서울 강남과 강북에 새 터전을 잡은 두 단체의 선의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고전발레의 명장면들을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해설이 있는 발레’를 연말까지 매달 셋째 금요일과 토요일 국립극장에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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