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악단의 이름도 귀를 솔깃하게 한다. 클래식 역사상 가장 많은 종류의 음반을 내놓았다는 ‘세인트 마틴 인 더 필드 아카데미’가 춘하추동의 예쁘장한 풍경화를 밑그림으로 그렸다.
음반이 세상의 빛을 보기 까지는 산고(産苦)도 만만치 않았다.
녹음이 이루어진 것은 1998년 10월. 기획을 맡은 삼성영상사업단은 99년 초 음반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북미 등 해외에도 선을 보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룹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발매계획은 계속 지연돼왔고, 결국 신생 브랜드인 ‘E&E’가 음반 마무리와 배포를 맡게 됐다.
미리 들어보는 ‘사계’. 먼저 귀를 잡아당기는 것은 해외 메이저급 음반사 못지 않은 투명한 녹음이다. ‘세인트 마틴’의 매끈한 현악 질감이 생생하게 살아나고, 강동석의 현에서 튕겨나오는 은빛 배음(倍音)도 느낌이 좋다. 현대 악기 합주에서는 흔히 묻혀버리는 쳄발로 소리도 구석에서 작지만 분명하게 들려온다.
강동석의 솔로는? 이미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은근하고 매끈한 멜로디의 미감(美感)이 제대로 살아난다. 강한 톤을 짓기 보다는 아담하고 깨끗한 포장속에 할말을 다하는, 철저히 강동석류(流)의 사계다. 폭풍우치는 ‘여름’의 끝악장에서도 다름이 없다.
음반 발매를 맞아 그가 밝힌 최근 ‘화제반’의 품평이 눈길을 끈다. “나이젤 케네디의 장식음은 재즈에 가깝지 바로크 스타일에는 맞지 않습니다. 자기멋대로지요…. 요즘 인기있는 파비오 비온디의 연주와 일 지아르디노 아르모니코 (조화로운 정원)의 연주도 비교해 들어보았습니다. 장식음까지 너무나 똑같더군요. 누군가 상대편을 모방한 것이 확실해요.”
그는 옛 악기를 사용한 원전연주가 “표현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비브라토(떨림)를 가능한 배제해 순수하고 깨끗한 음색이 나도록 하는 등, 원전연주의 장점은 최대한 살려보려 했다”고 밝혔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