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 7년동안 책 한권 완성하는데 매달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은 서울시립대 이근식 교수가 그야말로 벽돌 쌓듯 정성을 들여 만든 책이다. 자유주의에 대한 신앙적 믿음 없이는 하기 힘든 작업이다. 이교수는 7년 전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법학강의록 및 국부론을 읽고 느낀 바가 있어 자유주의를 깊이 연구하게 되고 그것을 한권의 책으로 집대성하게 됐다고 적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근대 서양사회의 기본 질서가 민주주의, 자본주의(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 법치주의이며 이들 제도의 바탕 생각이 바로 자유주의라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 이후 이어지는 대표적인 여섯 사람의 자유주의자 즉, J. S. 밀(진보적 자유주의), 오이켄(질서 자유주의), 뢰프케(인본적 자유주의), 하이에크(진화론적 자유주의), 프리드먼(통화론적 자유주의), 뷰캐넌(헌법적 자유주의) 등을 입문서 식으로 풀어 설명했다.
그들이 살던 시대는 어떠했으며 사회,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해결방안을 내놓았는가, 그 후의 경과와 지금의 평가는 어떤가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7명의 자유주의자들은 세상에서 경제학자로 지칭되지만 이들의 연구영역은 정치, 법, 심리, 철학 등 인접학문까지 두루 퍼져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자유주의 경제사상’ 대신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이라 했다.
이 책은 단순히 서양경제학 고전의 해설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현실을 조명하여 소망스러운 방향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책 중 7장은 7명의 자유주의자에게 하나씩 할애하고 맨 마지막 장을 ‘자유주의와 한국 사회의 개혁’이란 이름의 결론으로 내놓고 있다.
요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나 개혁이란 말이 유행처럼 외쳐지고 있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또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교수의 책은 그에 대한 기초적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까지 망라한 또 하나의 본격적 한국경제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교수는 자유주의는 한국이 나아갈 길인데 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요즘 유행하는 구호와는 달리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원리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개탄한다.
880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다 빈틈없는 내용이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참고서처럼 두고두고 음미해 가며 읽을만한 값어치가 있다.
좋은 저자가 좋은 출판사를 만나 이런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막상 책은 잘 나가지 않는다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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