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부근에서 출발해 남산순환도로를 돌아오는 3㎞ 남짓한 거리를 달리는 이들을 주위 사람들은 ‘남산을 뛰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매일 오후 적게는 30명, 많게는 100여명이 무리를 지어 달린다.
구성원도 다양하다. 남산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도 있고 신라호텔 직원, 또 근처 한남동 대사관저와 미군부대 등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포함돼 있다. 누구나 언제든 합류할 수 있고 빠져도 상관없다.
“작년에 남산에 조깅을 하러 갔다가 여럿이 함께 뛰기에 우연히 같이 뛰게 됐습니다.” 외국계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미국인 타일론 필립(44)은 그 이후 지금까지 계속 함께 뛰고 있다고 말했다.
장충동에 사는 주민 김일준(金日埈·54) 이정애(李貞愛·50)씨 부부도 멤버. 부인 이씨는 “남편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실직한 뒤 함께 남산을 찾기 시작했는데 매일 오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뛰다 보면 힘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남산을 뛰는 사람들’의 주축은 신라호텔 직원 20여명. 호텔 지배인 노선우(盧善愚·35)씨는 “호텔은 매일 오후 2시 반부터 6시까지가 ‘쉬는 시간’이기 때문에 짬을 낼 수 있다”며 “와인전문가인 서한정과장(54)이 10년 전부터 매일 뛰고 있는 것을 보고 동료 직원들도 따라 뛰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대만과 터키의 지진피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남산 달리기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는 2월 초 남산의 다람쥐와 텃새에게 먹이를 주는 행사를 갖고 3월 말엔 호텔 직원들이 정장차림으로 접시를 들고 뛰는 ‘미니 마라톤’도 펼칠 계획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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