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월 중순에서 7월 중순까지 이 발레단의 군무 무용수로서 ‘백조의 호수’‘신데렐라’‘레이몬다’ 등에 출연한다. 이후 다시 오디션을 거쳐 장기계약할 예정.
“뭔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머리가 터질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성균관대 무용과 졸업 후 1996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돈키호테’를 시작으로 주역무용수로서 활동해 왔다. 1998년 11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함께 파리 국제발레콩쿠르에서 듀엣 부문 1등상을 수상했다.
김용걸은 남성적인 힘과 스피드를 기본으로 한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키 180㎝, 몸무게 67㎏. 작지 않은 체격임에도 ‘피루엣’(한쪽 발을 딛고 제자리에서 돌기)에 능하다. 지난 연말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 파트너를 했던 발레리나 김주원은 “어찌나 빨리 돌고, 돌리는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가공할 점프력은 그가 무대에서 큰 원을 그리며 돌 때 허공에 잠시 정지해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할 정도.
국립발레단 최태지예술감독은 “김용걸은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마인드 콘트롤할 수 있는 정신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힘과 스피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정적인 연기는 부족했는데, 세계 최고의 발레단에서 많은 것을 배워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에서 활동 중인 무용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수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배주윤,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유지연, 아메리칸 발레씨어터의 강예나 등 해외유학파 여성들. 김용걸은 순수 국내파 발레리노로 해외에 진출하는 첫 케이스기도 하다.
강수진이 스위스 로잔국제발레콩쿠르에서 1등을 한 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군무로 시작해 8년만에 수석무용수가 됐다. 김용걸은 “이 발레단에서 기본기부터 하나하나 다시 시작하겠다는 자세로 배우겠다”고 말한다.
김용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무용수의 정년은 40세”라면서 무용수로서의 인생을 이 발레단에 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1661년 프랑스 국왕 루이14세가 설립한 왕립무용아카데미에서 시작된 세계 최초의 전문 직업무용단. 예술감독은 전설적인 무용가인 루돌프 누레예프(1983∼1989), 패드릭 뒤퐁(1990∼1995)에 이어 현재는 브리지트 레페어가 맡고 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