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센스 돋보이는 간편한 설요리

  • 입력 2000년 2월 1일 19시 21분


설날 세배를 하러 온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세찬(歲饌). 차례상에 올렸음직한 매번 똑같은 음식 말고 뭔가 색다른 별미는 없을까.

맏며느리로 해마다 설 손님상을 차려내는 전정원요리연구소의 전정원소장은 “차례상 차리느라 힘든 주부들이 손님상에 전혀 다른 요리를 만들어 내놓기는 힘들다”면서 “기왕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거나 밤 대추 배 등 명절에 풍부한 과일에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간단하면서도 색다른 요리가 탄생한다”고 말한다.

이 재료에 오이 양상추를 더해 꿀소스나 겨자소스로 무쳐 내놓으면 근사한 냉채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수삼까지 썰어넣으면 대단한 대접을 받은 느낌이 든다.

설 음식에는 기름기가 많은 것이 많으므로 새콤하고 산뜻한 음식들을 한두 가지 곁들이는 것이 좋다. 친지들이 한데 모이는 즐거운 자리인 만큼 화려한 색깔의 음식을 차려놓으면 분위기를 더 띄울 수 있겠다.

▼고기요리=편육냉채▼

명절엔 육수를 내기 위해 고기를 삶게 마련. 그 편육에 몇 가지 재료를 곁들여 새콤한 겨자소스에 찍어먹으면 전채로도, 술안주로도 개운하다.

①사태 600g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뒤 파 마늘 생강을 넣어 푹 삶는다 ②사태가 익으면 무거운 것으로 눌러놓아 단단하게 모양을 잡은 후 얇게 편썰기한다 ③배 4분의1개, 대추 4개, 밤 4개, 오이 3분의1개를 3㎝ 길이로 가늘게 채썬다 ④편육으로 ③을 싼 다음 겨자소스(겨자 갠 것 반큰술+설탕 1큰술+식초 2큰술+소금 반작은술+물 1큰술+간장 약간)를 곁들여 낸다.

▼야채요리=삼색말이▼

노란색과 녹색으로 말아 화려하고 예쁘다. 잡채를 만들 때 황백지단 오이 당근 쇠고기 표고버섯 등 재료를 남겨두었다가 밀전병에 말아내면 된다.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은 맛.

①밀가루 3컵에 소금 약간 넣어 체에 밭친 다음 3등분해 각각 물 치자물(치자 1개를 쪼개어 물에 푼 것) 시금치물(시금치 50g을 끓는 물에 데쳐 면헝겊으로 짠 것)로 묽게 갠다 ②달걀 2개를 황백지단을 부쳐 채썬다 ③오이 1개반을 돌려깎기해 채썰어 소금 약간 넣고 절인 후 꼭 짜서 살짝 볶는다 ④당근 3분의1개를 채썬 후 팬에 소금 약간 넣고 살짝 볶는다 ⑤쇠고기 200g과 표고버섯 3장을 채썰어 양념한 후 볶는다 ⑥밀가루 반죽을 사각형 팬에 얇게 부친 다음 ②③④⑤를 넣고 돌돌 만 뒤 4㎝ 길이로 썬다.

▼후식=우매기▼

달짝지근한 맛이 아이들 간식으로 그만이다.

①찹쌀가루 하나반컵, 멥쌀가루 반컵, 설탕 3분의1컵을 섞은 다음 막걸리 5큰술로 부드럽게 반죽한다 ②반죽을 떼어 두께 8㎜, 지름 5㎝로 동글납작하게 빚고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약간 누른다 ③대추 1개를 씨 빼고 말아서 채썬다 ④반죽을 150도의 기름에 튀긴 후 가운데에 대추를 붙이고 끓인 집청꿀(설탕 물 조청 각각 3분의1컵+꿀 4분의1컵)에 담갔다가 건진다.

<윤경은기자> keyoon@donga.com

▼커피잔에 국…색다른 그릇 써보세요▼

음식준비가 끝났다면 문제는 ’어떻게 먹음직스럽게 담아내는가’다. 귀한 손님들이 많이 모이는 설 음식상. 매일의 식탁과는 뭔가 다르게 변화를 줄 방법은 없을까.

요리코디네이터 조은정씨는 ”어느 집이나 설 음식은 비슷비슷하므로 그릇을 다르게 선택하는 것이 새로운 상차림을 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우선 밥은 공기에 담고 반찬은 상 가운데 커다란 접시에 놓는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깰 것. 매끼 먹는 떡국도 한번은 떡국그릇에, 한번은 밥공기에, 한번은 우묵한 접시에 담으면 다른 맛으로 느껴진다.

▽커다란 개인접시〓손님용 큰 상을 차려내면 똑같은 반찬도 두세 개씩 놓고 개인용 앞접시까지 놓느라 설거지할 그릇만 늘게 마련. 아예 양식처럼 큰 개인접시에 밥과 반찬을 1인분씩 예쁘게 담아내면 차려낼 그릇 수도 줄고 한결 색다른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커피잔에 국을〓손님이 많이 오면 국그릇이 모자라기 쉽고 놓을 공간도 부족하다. 이때 깔끔한 커피잔이나 머그컵에 국을 담아내면 신선한 상차림이 된다. 오른손으로는 밥을 먹고 왼속으로는 국을 마시고…. 늘 먹던 국도 새롭게 보인다.

▽디저트도 1인분씩〓한과를 큰 접시에 담아내지 말고 1인분씩 작은 접시에 담아내면 훨씬 맛깔난다. 또 버리는 음식 없이 깨끗하게 먹을 수 있다.

▽물김치를 전채요리로〓서양에서는 메인요리를 먹기 전 수프 등 전채요리로 식욕을 돋운다. 우리 음식 중 전채요리가 될 만한 것은 새콤달콤 시원한 물김치. 반찬으로만 먹던 물김치를 투명한 잔에 담아내면 신선한 전채요리로 탈바꿈한다.

▼설 차례상 차리기▼

설 차례상은 상 위에 올린 음식보다 그 안에 담긴 후손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더 중요하다.

요즘은 음식의 가짓수에 얽매이지 않고 간소하게 차례를 지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차례상의 제수진설은 지방마다 집안마다 각각이지만 대개 다음 몇 가지를 따른다(그림 참조).

설 차례상의 경우 맨 뒤쪽 1열에 밥 대신 떡국을 올리고 잔반(술잔과 잔받침)과 시접(수저를 놓는 제기)을 둔다.

2열에는 전 적(구이) 조기 편(떡)을, 3열에는 탕을 놓는다. 탕은 육탕 소탕(두부와 채소) 어탕을 한데 합쳐도 된다. 4열은 포 숙채 간장 나박김치 식혜를 둔다.

5열은 밤 배 곶감 사과 대추 등 과일을 놓는데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조율시이(대추 밤 감 배)’ 등 집안별 원칙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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