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해서, 바르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말하듯이 '역사는 현재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제공한다'. 그래서 역사학은 의미를 갖는다.
저자의 글쓰기도 역시 그런 맥락에서 시작된다. 영국 초기 자본주의 사회를 고찰하는 작업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성격을 해명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감. 물론 전통적인 사회경제사학의 위기와 수정주의 해석의 대두라는 근래의 학문적 경향에 부응한 면도 없지 않지만 말이다.
이 책은 영국 자본주의의 특수성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성격의 일반성을 역사적으로 파악한 작업의 결과이다.
젊을 때 '경솔하게' 영국사를 선택했다는 저자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국 현대사회 해석의 열쇠를 영국으로부터 찾고자 한 부단한 노력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의도를 생각할 때 오히려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이 글을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이 책은 정신을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우선 형식적인 면에서 통계분석, 논문분석, 서평, 노동사 개관 등 주제에 맞춰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3장 언어, 공장, 산업화, 8장 '언어로의 전환'과 노동사의 위기 등은 피상적으로는 연관성이 떨어진 듯 해 맥락을 놓치거나 저자의 의도를 미리 파악하지 않고서는 헤매기 쉽다.
19세기 영국 경제사의 개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830년대 공장에 관한 세가지 담론, 공장법, 왕립 위원회 보고서 분석에 기초한 대불황과 경제 쇠퇴 등 자료 수집 및 분석이 매우 치밀하게 이뤄진 면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저자가 의도하듯이 1백여년 전 영국에서 우리나라 자본주의 성격 일반을 추출해내려면 매우 적극적인 글읽기 작업이 필요하다.
신은<동아닷컴 기자>nsilv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