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동화]'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 입력 2000년 2월 6일 16시 43분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오승희 지음/이은천 그림/창작과비평사 펴냄/176쪽 6000원▼

신인작가 오승희씨의 첫 동화집이 창비아동문고 180권째로 선보였다.

요즘 도시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고민을 잘 드러낸 사실동화 7편이 실려있는데, 뚜렷한 사건 설정, 일상에 대한 현실감있는 묘사, 섬세한 심리묘사등이 돋보인다.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할머니와 직장여성인 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가고자 하는 손녀의 따뜻한 마음을 그리고 있다. 기존 동화에서는 아이가 노인을 멀리하고 부모가 그런 아이를 걱정하는 것이 대부분의 상투적인 설정인데, 여기서는 정반대인 점이 특이하다.

또한 '짝짝이 신발'은 남녀차별의 문제를 생활의 실감 속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민주는 오빠와 자신을 심하게 차별하는 할머니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운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친구도 마찬가지여서 더욱 답답하다. 할머니가 바라는 여자의 행복이 과연 민주의 행복일까? 민주는 고민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도시아이들의 내밀한 감성세계, 주류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심리가 현실감속에 절실하게 다가오는 오승희씨의 동화들은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 진지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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