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전세계 20여개 도시에서 공연되고 있는 ‘지하철 1호선’ 중 가장 감명깊게 본 공연이었습니다. 원작의 작품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베를린의 상황을 한국적 상황으로 절묘하게 옮겨 놓은 김민기씨의 천재적 연출 솜씨에 놀랄 따름입니다.” (폴커 루드비히)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6일 오후 3시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 1000회 공연이 열렸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독일 원작 ‘Line-1’을 공연했던 독일 그립스 극단의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 작곡자 비르거 하이만, 배우 토마스 아렌스 등이 1000회 공연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됐다.
독일의 ‘Line-1’은 통독 이전 동서로 분단돼 있던 베를린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 1989년 독일이 통일된 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작품은 여전히 초연당시 분단된 상황을 그리고 있다. 폴커 루드비히는 “통독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독일인들이 분단 상황을 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별다른 수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지하철1호선’은 94년 초연 이후 여섯 차례에 걸친 작품 수정을 통해 ‘현재 진행형’ 뮤지컬을 시도해왔다. 김민기는 “항상 현재의 일상에 기반을 둔 소재 개발과, 소극장이지만 라이브밴드로 연주되는 음악이 관객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 그립스극단은 1986년 ‘Line-1’ 초연 이래 이 작품을 943회 공연했다. 1994년 초연된 한국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먼저 1000회를 돌파한 셈.
이날 공연은 방은진 설경구 등 그동안 ‘지하철1호선’에 출연해온 배우들이 총출연하는 올스타 공연으로 펼쳐졌다.
특히 2막 첫노래인 ‘지하철을 타세요’는 극단 학전의 배우 장현성과 독일 배우 토마스 아렌스가 각각 한국어와 독일어로 함께 불러 박수를 받았다.
폴커는 “내년 9월 그립스극단의 1000회 기념공연에는 극단 학전을 초청해 공동공연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독일출판문화협회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한국의 뮤지컬 ‘지하철1호선’ 공연에 대한 저작권료를 전액 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크라우스 폴라스 주한독일대사와 우베 슈멜터 주한독일문화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도이치벨레방송 등 독일 언론도 취재에 열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지하철1호선’은 4월2일까지 공연된다. 평일 7시반, 토 4시 7시반, 일 3시 7시. 02-763-8233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