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창(國唱)’으로 불리며 생시에도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됐던 명창 임방울(1904∼1961). 그의 분신처럼 여겨졌던 애창곡이자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인 ‘쑥대머리’ 첫부분이다.
일제시대와 동란기, 궁핍한 시절을 거치며 트고 갈라진 민족의 심성을 애절하고도 꿋꿋한 소리로 달래준 명창 임방울의 생애가 창극으로 공연된다. 18일 7시, 19일과 20일 3시 7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광주시립국극단 (단장 성창순)의 창극 ‘쑥대머리’. 동아일보사가 공동주최하며 김효경서울예대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독립운동을 하는 고향선배 대준과 벗하며 천하명창의 꿈을 키우는 방울. 첫사랑의 연인 산호의 부음을 전해듣고 자작의 절창 ‘앞산도 첩첩한데’를 부른다. 해방후 판소리에 대한 탄압은 사라졌지만 민중은 색다르고 화려한 볼거리를 찾아 몰려다니고, 순수 판소리를 고집하는 방울은 심한 마음의 갈등을 겪는데….
지난해 10월 광주 초연무대에서 ‘쑥대머리’는 기존의 창극에서는 보기 힘든 속도감있는 전개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젊은이들도 ‘창극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며 즐거워했다. 무대전환을 빠르게해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했고, 채향순(백제예대 교수)이 민속무용 13개를 장면과 장면 사이에 배치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제작을 맡은 성창순단장은 “임방울 선생은 훌륭한 소리꾼이었을 뿐 아니라 부와 명예의 유혹도 외면한 채 꼿꼿이 자신의 길을 걸어간 외길 국악인이었다”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소탈하고 인정많았던 그의 예술세계가 재조명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성단장은 기존의 판소리를 짜깁기하는 대신 남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채집한 구전 민요를 창극 곳곳에 절묘한 장단을 곁들여 녹여넣었다.
임방울은 박재현 유성준 등에게 판소리 다섯마당을 배웠으며 서편제 판소리의 애절한 멋과 동편제의 웅장함을 독자적으로 결합, 판소리예술의 새 장을 연 국악계의 스타였다. 1930년대 출반된 ‘쑥대머리’ 음반은 당시로서는 기록적으로 12만장이나 팔려나갔다.
임방울은 소리 못지않은 ‘인정’으로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즉석 소리판을 벌여 돈없는 과부의 상례(喪禮)를 도왔다’ ‘자신의 공연에 거지가 찾아오면 고집을 부려 무료 입장시켰고, 거지들은 그가 죽자 구걸한 돈을 추렴해 조문을 왔다’는 등 인간성과 관련한 수많은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기존 국악스타들 대신 광주시립국극단의 젊은 단원들이 주요 배역을 맡는다. 임방울역은 양신승 윤진철, 여주인공 산호 역은 최혜정 김태희가 번갈아 출연한다. 02-789-0146, 02-789-3721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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