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맞은 친구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는 이른바 ‘생일빵’ 의식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목숨까지 앗아가는 어이없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9일 신모(19·회사원) 최모군(19·무직) 등 6명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교 동창인 이들은 6일 오후 10시경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모주점에서 생일을 축하한다며 친구 김모군(19·D대 2년)을 주먹과 발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부검결과 숨진 김군은 갈비뼈 3개가 부러지고 심장이 파열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군 등은 경찰조사에서 “몇년 전부터 생일을 맞은 친구를 집단 폭행하는 ‘생일빵’이 유행해 이날도 별다른 생각없이 친구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광주 광산구 하남동 체육공원에서도 20대 청년들이 술을 마시며 ‘생일빵’ 의식을 치르다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같은 폭력적인 축하의식은 몇 년전 부터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히 퍼졌다.
서울 J고교 김모군(17)은 “생일날 불끄고 친구들이 돌아가며 한 대씩 때리는 축하의식은 고교생이면 거의 다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소년정보문화센터의 백승한(白承翰·34)상담팀장은 “요즘 중고생들은 ‘생일빵’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상적인 축하의식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생일파티에서 술을 먹는 것도 당연시 돼 폭력사태가 자주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종기(金宗基·54)이사장은 “생일빵처럼 가학적인 ‘통과의식’이 만연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폭력불감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며 “왜곡된 놀이문화를 고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놀이문화 공간을 마련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부산=석동빈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