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 대인관계 클리닉]지고는 못 사는 성격 탓에 따돌림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 문 = 30대 초반의 회사원입니다. 저는 승부욕이 병적으로 강한 편입니다. 어떤 게임에서도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하다못해 동료나 친구들과 라켓볼을 쳐도 이기지 못하면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입니다. 얼마전 한 친구로부터 바로 저의 그런 성격 때문에 주변에서 기피인물로 찍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답답합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 답 = 승부욕이 강하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라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군요.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일도 실패할 때가 있는 것이 우리의 세상살이입니다. 이때 건강한 승부욕을 가진 사람은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설 줄도 압니다.

강박적으로 승부에 집착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두고두고 되씹으며 괴로워한다는 표현이 알맞을 것 같군요. 그들은 무슨 일이든 꼭 이겨야만 자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 패배를 견디지 못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생에서 자주 패배를 경험하는 사람이 오히려 승부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면 너무 심한 말이 될까요.

최소한 병적으로 승부에 매달림으로써 그 승부에 조종당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 함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한번이라도 좋으니 승부를 떠나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게임, 하나의 일일 뿐이며 이기고 지는 것으로 자신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보십시오. 그런 관조적인 거리와 여유를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승부욕뿐만 아니라 인생의 다른 여러 가지 욕망도 통제하게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양창순신경정신과 원장) 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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