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인터뷰]구겐하임 미술관서 20년만의 전시회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내 생애에서 가장 큰 전시가 될 것이다. 다양한 작품을 상호 유기적으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구겐하임 미술관 설계자 프랭트 로이드 라이트에게 감사한다.”

백남준은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목소리에 힘을 넣어 이번 전시에 대한 감회와 열정을 표시했다.

그는 “그동안 TV작품을 주로 했지만 새로운 매체 실험을 하기 위해 레이저를 사용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주전시장을 장식하고 있는 ‘동시적 변조’에 대해 그는 “천(天) 지(地) 인(人)의 개념을 살렸다”고 말했다. 빛을 상징하는 레이저는 하늘을, 바닥에 깔린 비디오작품들은 땅을, 천장과 바닥 사이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는 인간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전위적인 작품을 주로 발표해 온 백남준은 이번에는 장엄한 작품을 냈다. 그는 “이제 나는 장엄미를 추구하는 시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백남준은 한 때 TV방송을 별로 보지 않았다. TV를 비어있는 캔버스로 여겼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그가 기존 방송에서 영향을 받지 않기위해 상업적 TV방송을 기피한 것으로 분석했다. 백남준은 하지만 “최근에는 TV방송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그가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 TV방송과 가까워 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가난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이제는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30여분간 기자들과 작품을 둘러본 그는 여전히 활기있고 정력적인 모습이었다.

▼전시회 이모저모▼

○…이번 전시는 5년간의 준비기간과 총 200만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준은 95년경 구겐하임미술관으로부터 전시를 제의 받았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펀드 회사 메릴린치가 150만달러의 후원금을 내고 보힌문화재단에서 50만달러의 레이저 설치비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미술계에서 첨단 기술 보유자로 알려진 ‘레이저 디자이너’ 노먼 발라드가 이번 전시를 위해 기술 지원을 맡고 나섰다. 발라드는 백남준의 작품을 평소 너무 좋아해 이번 전시의 레이저설치를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 열린 백남준 초대전 기념 칵테일 파티에는 5000여명이 초청돼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전날 열린 리셉션에는 미술계의 최고 VIP들만 선별적으로 초청됐으나 이날은 보다 많은 인사를 초청했다. 참석자들은 전시작들을 둘러본 뒤 백남준의 독특한 소재선택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냈다. 한 평론가는 “거장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백남준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과 소재를 택했다”고 평가.

○…몸이 불편한 백남준은 제작과정에서 주로 그림을 이용해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는 후문. 백남준은 15일 휠체어에 의지한채로 스티븐 비티엘로 등 뉴욕의 예술가 5명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칠 것이라고 밝히기고 했다. 17일에는 뉴욕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 관장 조나스 메카스 등 미술계 인사들이 백남준의 작품세계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개막식에는 국내 문화계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백남준학’ 강좌 개설을 추진 중인 이화여대의 김치수인문과학대학장과 조정현미대학장이 참석. 또 송미숙 99베니스비엔날레한국커미셔너, 진영선고려대교수, 박명자현대화랑사장,무용인 홍신자, 김희령 일민미술관학예연구실장 등 100여명이 참석.

<뉴욕=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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