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금 수납수수료 인상 '진통'…은행-의뢰기관 실랑이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4분


“더이상 손해보는 일 못한다. 현실화하겠다.”

“과도한 인상은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 단계적으로 올리자.”

은행권과 4개 공과금 수납 의뢰기관들이 공과금 수납수수료 인상폭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감우회' 10배이상 제시▼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의 공과금 수납대행 적정수수료를 조사해온 감사원 출신 공무원들의 단체인 ‘감우회’는 최근 은행연합회와 한국전력 한국통신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의료보험공단 등 4개 기관에 조사결과에 따른 적정 수수료를 통보했다.

감우회가 통보한 건당 적정수수료는 △전기요금 671원 △전화요금 538원 △국민연금 681원 △의료보험 635원 등.

이는 현재의 전기요금(40원) 전화요금(35원) 건당 수수료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감우회의 실사 결과에 대해 양측은 이해관계에 따라 ‘너무 높다’와 ‘낮다’로 나뉘어 대립을 보이고 있다.

한전 등 의뢰기관들은 은행 수수료가 크게 오를 경우 이를 자체적으로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공과금 인상 불가피론’을 주장한다.

▼"'100~200원 인상 가능▼

은행이 부과하는 수납수수료는 공과금을 산정할 때 반영되는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과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것. 따라서 100∼200원 수준으로 올려줄 수는 있지만 감우회의 인상폭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은행권은 지금까지 은행이 준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손해를 감수하며 공과금 수납을 대행해 왔지만 치열한 생존경쟁 시대를 맞아 업무처리에 드는 비용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다. 공과금 수납업무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수작업이어서 인력이 과다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타행간 금융거래시 받는 수수료(1500∼2000원) 수준은 돼야 한다는 주장.

▼"20년간 수수료 동결" 항변▼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기요금 전화요금 등의 현행 수납수수료는 80년대 초반 버스요금을 기준으로 산정했던 것”이라며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면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수수료 인상문제를 놓고 공과금 수납대행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았던 양측은 객관적인 기관의 원가분석을 토대로 수수료를 현실화하자는데 합의하고 감우회에 용역을 의뢰했지만 용역결과가 나온 뒤에도 여전히 큰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앞으로 한달간 감우회의 실사결과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점검한 뒤 다음달 중순까지 인상폭을 결정해 시행하기로 했지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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