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한 일에?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난처해지는 건 이런 이유로 진단서를 끊어야 하는 의사다. 그렇다고 학교가 멀어서, 재미가 없으니 휴학을 해주십시오 하고 진단서를 쓸 수는 없고 그냥 다니라고 설득을 해보지만 막무가내다. 뭐라고 병명을 붙여야 하나. 어거지로 비슷한 게 신경쇠약증이다. 나약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젊은이에게 이런 나약 증후군이 만연되어 있다. 진단서 제출도 않고 아예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참으로 하찮은 이유들이다. 그만한 일로? 하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본인은 심각하다. 춥다고 안가고 덥다고 못간다. 미열이 난다고, 손가락을 좀 다쳤다고 학교보다 병원을 찾는 젊은이.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솔직히 화가 치민다. 저 아이가 자라 무엇이 될지 걱정이다. 무슨 일이고 해낼 것 같지 않다. 작은 스트레스도 견뎌 내지 못하고 무너진다. 참고 버티는 힘이 없다.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판이다.
누가,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나약하게 만들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웬만한 부모들은 다 알고 있다. 너무 곱게, 귀하게 키웠기 때문이다. 고생이라고는 해보지 않고 자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키워서는 안되는데!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부모라면 걱정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렇게 키우고 있다. 안쓰러워 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참으로 딱한 부모다.
나약한 아이는 잘사는 나라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윤택한 환경이 자칫 아이를 나약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야외 캠프에 다녀오게 하고 집에서도 나이에 맞게 일을 분담시킨다. 심부름도 보내고 여행도 혼자 보낸다. 있다고 다 해주지 않는다. 자가용으로 아이를 학교까지 모시지도 않는다.
이웃 일본에서는 추운 겨울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학교에 보낸다. 지하철도 세 정거장 이내는 앉지도 못하게 교육시키고 있다. 강하게 키워야겠다는 부모의 따뜻한 배려에서다.
미래사회는 예측불허의 시대다. 어떤 난관이 닥칠지 모른다. 언젠가 지구상에 석유가 바닥이 난다. 식량 공해 전쟁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신체도, 정신도 건강해야 한다. 튼튼해야 한다.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교육이요, 부모가 물려 줄 수 있는 유산이다.
이시형(동남신경정신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