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모유 수유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며 “우리의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됐음을 경고하는 메시지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유에 다이옥신이 함유돼 있지만 모유는 분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식품이라는 것. 모유는 아기에게 완전한 자연식이므로 각종 영양소가 들어있는데다 분유 속에 들어있는 알레르기 유발물질(베타 락토글로불린)이 없다.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또다른 근거로 박귀례 식품의약품안전청 생식독성과장은 “다이옥신을 일일 허용 섭취량 이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섭취하면 유해하지만 모유는 생후 6개월 정도 먹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모유 속의 다이옥신은 매달 10%이상씩 감소하므로 이번 검출치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1987년 “모유에 다이옥신이 함유돼 있지만 유아의 건강과 발육에 꼭 필요한 요소가 많은 만큼 모유 먹이기를 권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모유에 함유된 다이옥신 데이터는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함을 입증하고 있다. 식품 검사결과 국산 식품이 일본 유럽의 식품보다 다이옥신 함유량이 훨씬 적었는데도 모유에는 다이옥신 함량이 외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와 관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명수박사는 “다이옥신은 식품에 많이 함유돼 있지만 자동차 배기가스 등 미세먼지에도 들어 있다”며 “이번 조사결과는 대기 오염의 수준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분비계 장애물질은 몸 속에 들어와 내분비계의 기능을 교란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몸 밖의 환경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이 사람이나 동물의 몸 속에 들어가서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하거나 아니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한다고 해서 환경호르몬으로 불린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많은 종류의 환경호르몬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옥신이나 전기절연체로 쓰였던 물질인 PCB 등이 생식기 이상이나 정자수 감소 등의 이상을 일으키는 것은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환경호르몬의 종류는 야생동물기금(WWF)의 경우 67종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많게는 170∼180종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살충제인 DDT, 유산방지제로 쓰였던 디에틸스틸베스트롤(DES), 산업폐기물 소각이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및 PCB 등이 대표적 물질이다.
WWF가 지정한 67종 중 국내에서 제조 또는 수입된 물질은 모두 51종. 이중 현재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는 물질은 42종으로 농약이 32종, 산업용 화학물질이 3종, 부산물 또는 대사물 7종이다.
환경호르몬의 등장은 산업화에 따른 자연의 보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합성화학물은 10만종이 넘는다. 이중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화합물은 음료수캔 통조림 등에 쓰이는 에폭시코팅제, 유아용 식기와 젖병 등에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 컵라면 용기 일회용컵 도시락용기 요구르트용기 등에 포함된 스티렌합성수지 및 합성세제에 들어있는 알킬페놀 등이 대표적이다.
<정성희이병기기자> watch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