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인천 강화군)는 서울 올림픽대로 행주대교 남단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 아이들과 함께 역사의 숨결과 토속의 맛을 즐기기에 좋다.
“겨울방학에 아이의 같은 반 친구 가족과 함께 놀러갔어요. 마침 친구 엄마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기에 문화유적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강화도를 ‘감상’할 수 있었죠. 점심으로 먹은 싱싱한 생선회와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시래기밥 맛이 아직 혀 끝에 남아있어요.”
아이의 봄방학에 다시 강화도를 찾을 예정이라는 주부 유규현씨(44·서울 양천구 목동)의 말을 떠올리는데 벌써 차는 강화대교를 지났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강화의 모든 역사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강화역사관이 있으므로 초중고생이 있는 가족 나들이에는 꼭 찾아보는게 좋다.
차를 타고 강화도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초등학교때 배운 신석기시대 빗살무늬 토기나 TV 사극에서 보았던 ‘강화도령’ 철종의 외가 등 역사의 흔적이 가깝게 다가온다.
강화읍 중앙시장 뒤편 우리옥(032-934-2427)은 허름한 겉모습과 달리 깔끔한 밥상과 따뜻한 방의 온기가 가슴까지 덥혀주는 곳.
한정식(1인분 3500원)을 시키면 강화특산물인 순무김치를 비롯해 정갈한 반찬이 열가지 넘게 나온다. 장작불을 때서 가마솥에서 짓는 밥맛이 일품이다. 고소한 콩비지와 달작지근한 감자조림은 아이들에게 인기.
직접 농사를 지어 담갔다는 고추장을 푼 대구찌개(소 3000원,대 5000원)까지 시키면 아주 호사스런 점심이 될 듯. 아침마다 인근 어촌계에서 들여오는 싱싱한 석화(9000원)와 병어회(9000원)도 입맛을 돋운다.
해안가로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을 지나 바로 나타나는 토속음식점 대선정(032-937-1907)도 맛으로 소문난 집.
밥이 한소끔 끓고 난 뒤 잘 말린 시래기를 송송 썰어 넣어 양념장에 썩썩 비벼먹는 시래기밥(5000원)과 메밀을 손으로 반죽해 싹뚝싹뚝 썰어 바지락 국물에 끓인 메밀칼싹뚝이(5000원)가 주요메뉴다. 메밀칼싹뚝이는 늙은호박 양파 감자가 뜸뿍 들어있어 먹음직스럽다.
감자부침(5000원)과 메밀부침(5000원)은 뜨끈뜨끈할 때 먹으면 혀 끝에 짝짝 달라붙는다. 지금이 제철이라는 숭어회(1㎏·3만5000원)는 갖은 채소와 함께 네식구가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데 나중에 매운탕까지 끓여준다.
여기서 자동차로 5분거리에 있는 전등사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 안에 있다. 동문에서 뒤를 돌아보니 조금전 들렀던 초지진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200m 산길을 걷다보면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했다는 전등사 대웅전이 나타난다.
곡선이 아름다운 지붕과 화려한 장식에만 넋을 잃지 말고 처마 모서리를 잘 살펴볼 것. 발가벗은 여인의 모습으로 쪼그려 앉은, 전설속의 인물상을 발견할 수 있다.
마니산 국민관광지에 들러 참성단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어리다면 단념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가까운 바닷가에 꼭 들러 봄이 움틀거리는 바다를 가슴에 담아오자.
젓갈시장으로 유명한 외포항에는 꽃게탕 우럭탕 해물탕 밴댕이회 등 갖가지 메뉴를 자랑하는 횟집이 몰려있다. 저녁찬으로 젓갈만 사고 일찌감치 집으로 향하는 것이 길이 막히지 않아 좋다.
<강화〓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