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석의 비즈북스]'일본대사관에서 바라본 한국'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 '일본대사관에서 바라본 한국' 마치다 미츠구 지음/창해 펴냄 ▼

한 한국통 일본외교관이 쓴 서울 주재일기다. 반일감정이 살벌하던 1960년 여름 처음 한국에 와 98년 퇴직하기까지 겪은 일들을 비교적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무슨 뒷이야기를 털어놓는 폭로물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훈계조도 아니다. 한국에서 일을 하며 또 살며 경험하고 느낀 것을 절제된 표현으로 담담히 기술했다. 작년 3월 일본에서 먼저 출판되어 좋은 평판을 받았는데 약간 손질하여 금년 한국판으로 낸 것이다.

저자 마치다 미츠구씨는 일본에서 한국 연구로 정평 있는 텐리(天理)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58년 외무성에 들어가 40년 동안 전문외교관 생활을 했는데 그중 25년을 한국에서 근무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준비작업부터 대사관 참사관, 제주사무소장, 부산 총영사, 공보문화원장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 책은 일본대사관에서 본 한국 현대사라고도 볼 수 있다. 한일협정 교섭, 김대중 납치사건, 박정희대통령 저격사건, 재일교포 북송, 일본인 기생관광, 한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한일경협, 일본문화 개방 등이 주마등처럼 펼쳐 지나간다. 능통한 한국어를 무기로 현장에서 직접 뛰고 부딪친 경험이라 매우 실감이 나고 생동적이다.

국외자의 눈에 비친 한국상을 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한국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밑자락에 깔고 있지만 보는 눈은 매우 냉정하고 날카롭다.

한국에 대한 걱정도 숨기지 않는다. 60년대 어느 일본인 투자 공장에 갔을 때 많은 근로자들이 점심을 싸오지 못해 감자로 때우거나 수돗물로 배를 채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세대가 쌓아놓은 저축을 까먹는 것 같다고 적고 있다. 요즘의 일본 젊은이들이 땀흘려 일하지 않고 즐기기만 하다가 일본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한국도 경제가 좀 좋아졌다고 마음을 풀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와서 겪은 문화쇼크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쓰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빚을 매우 겁내는데 한국 사람들은 빚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서 IMF사태 후 고급 아파트와 수입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 땀 흘리기 싫어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문화와 기술경시 전통, 강렬한 배타성을 고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의 위기극복노력과 왕성한 도전심에 대해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한 저력이라는 것이다. 저자 마치다씨는 정년퇴직 후 한국에 남아 현재 세종대학 교수로 있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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