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상큼한 봄나물로 겨우내 김장김치에 질린 식구들의 입맛을 산뜻하게 살려보자.
달짝지근한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도 쌉싸름한 봄나물은 새로운 미각체험. 봄나물의 쓴 맛은 치네올이라는 정유(精油)성분에서 나온다. 나물에 따라 들어있는 양이 다른데 특별한 영양가는 없지만 미각을 돋워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영양학적으로도 봄나물을 먹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숙명여대 한영실교수(식품영양학)는 말한다. 봄나물 속에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은 추위에 웅크리고 있던 우리몸의 신진대사 기능을 촉진해주고 나른한 몸에 활력을 일으켜주기 때문.
▼장보기▼
보통 입춘무렵에 움파 산갓 당귀싹 미나리 무 등이 나오고 2월에는 씀바귀와 쑥, 3월에는 달래 냉이 민들레 등 향이 강한 나물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 벌써부터 시장엔 속속 자연산 나물이 선보이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은 자연산보다 향이 약하다”는게 롯데호텔 정근소 한식당조리장의 말. 잎이 여리고 연하면서 색이 짙고, 만졌을 때 부드러우면서 습기가 많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뿌리는 너무 크거나 억세지 않아야 아작아작 씹는 맛이 있다.
▼전통식 요리▼
전통적 조리법인 무침은 봄나물의 향기를 최대한 살리는 방법. 한식 맛내기 비법을 정리한 ‘최고의 우리맛’(동아일보) 저자 ‘옥수동 선생’ 심영순씨는 “같은 재료라도 무치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식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나물은 물을 넉넉하게 해서 살짝 데친다. 꼬리를 만져봐 약간 들어갈 듯 익힌다.
그다음 심씨는 향긋한 냉이는 다진 마늘 참기름 통깨 고운 소금만으로 깔끔하게, 돌미나리나물은 고춧가루 액젓 설탕 향신장 통깨로 먹음직스럽게 양념했다. 고급나물인 두릅은 고추장 설탕 다진마늘 참기름 통깨 빨간고추를 넣어 매콤하게 양념.
냉이국도 구수하지만 요즘 봄동배추가 연하고 고소해서 봄동배추 된장찌개를 만들어 내놓으면 밥 한그릇 뚝딱 비울 수 있다. 봄동을 된장 푼 물에 그냥 넣지 말고 들기름 향신즙 된장에 바락바락 비벼 무쳐 간이 배게 하는 것이 맛내는 비결. 고기는 기름기가 켜켜이 있는 차돌박이를 썰어 넣어야 깊은 맛이 난다.
▼퓨전푸드로 색다르게▼
봄나물을 각종 서양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퓨전푸드의 일종인 셈. 쌉쌀한 맛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고 젊은 여성들의 미용식으로도 권할 만.
날것으로 먹기 좋은 달래 취 돌나물 원추리 미나리 등 연한 나물들을 모아 서양야채와 프렌치드레싱 겨자소스 와인식초 등을 곁들인 샐러드로 내놓아보자. 피자에 피망 양파대신 봄나물을 넣은 나물피자, 취나물달걀말이 두릅튀김 쑥쿠키 참나물수프도 아이디어.
한교수는 “나물을 쫑쫑 썰고 쇠고기를 잘게 다져 넣어 완자전을 하거나 향이 강하지 않은 원추리 등을 양상추 토마토와 함께 샐러드로 만들면 아이들도 잘 먹는다”고 말했다.
퓨전요리책 ‘서울맛,뉴욕멋’(쿠켄)의 저자 윤정수씨는 쑥 도라지 등 나물을 넣어 밥을 지은 나물리조토와 상추 팽이버섯 영양부추 등에 액젓양념을 뿌린 로메인레터스 겉절이를 추천.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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