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호남대로 답사를 시작했어요. 서울 사당동에서 수원까지 트럭들이 질주하는 1번국도를 따라 50리를 걸었죠.”
98년 서울대 대학원으로 유학온 도도로키는 대학원 수업시간 중 한국의 옛길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간 귀가 번쩍 띄었다. ‘한국의 옛길을 걸어보리라.’
사실 잊혀진 옛길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일본에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일본 요코하마 인근 가나가와현에 있는 그의 고향집은 에도시대의 옛길가에 있었다. 90년대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상품개발로 고장마다 ‘옛길 복원운동’이 펼쳐졌고, 덕분에 그도 자주 옛길을 걷게 됐다.
도도로키가 첫 코스로 택한 ‘영남대로’는 서울을 목표점으로 하는 조선시대 아홉 개의 과거길 중 으뜸으로 꼽히던 길.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매 주말마다 끝낸 지점에서 다시 걷기 시작하는 ‘끊어타기’ 방식으로 서울 남대문에서 부산 동래까지 걸었다.
김정호의 ‘대동지지’, 최영준교수(고려대)의 ‘영남대로’ 등 앞선 지리학자들의 연구작업이 길잡이였지만, 개발로 옛길의 자취를 찾을 수 없을 때는 마을 노인들의 기억에 의존했다. 그 발품의 결과가 ‘영남대로 답사기’다.
“영남대로의 첫 난관으로 꼽히는 경북 문경 근처 관갑천잔도(串甲遷棧道)는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일본군을 결사적으로 막았던 전적지입니다. 그 길이 도로개발 때문에 싹둑 잘리고 인근의 고모산성도 버려져 있어요. 역사유적으로 보존해서 한국과 일본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삼아도 좋을텐데….”
도도로키는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한국과 일본 옛길의 차이를 연구할 계획이다.
“한국의 경우는 절벽이 있어도 기어서 넘어갈지언정 최단코스를 택하는데, 일본은 돌아가더라도 중요한 고을마다 다 들러서 갑니다. 중앙집권제의 조선과 봉건제 일본의 정치사회적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그는 앞으로 여덟 개의 조선 옛길을 차례차례 걸어갈 계획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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