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저자가 걷는 길은 평탄하지 않았다.조용하지도 않았다. 한국사회에서 “나는 자유주의자” 라는 저자의 주장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적었기 때문이다.
신문 잡지등에 기고한 글 모음. 때로는 ‘사회주의자’로 몰리고 때로는 ‘보수주의자로 변절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아직 소수인 자유주의자의 목소리를 내온 흔적이다.
그의 세상읽기는 얼핏 좌충우돌이다. ‘남북분단 때문에 국가보안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그럼 우리도 이북식으로 여당 일당독재하자. 그건 헌법 위반이라고? 그럼 국가보안법은 헌법위반 아닌가?’라고 맹렬하게 대든다. 그러나 환율정책을 흔들어 한몫 챙기려는 일부 수출업자들의 ‘고환율 유지’ 주장에는 ‘원화가치의 상승은 악이 아니다. 수출업자는 손해를 보겠지만 소비자인 국민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다’며 ‘수출은 악이요,수입이 선이다’라는 논리로 맞선다. 이처럼 시시비비가 분명하고 행보가 경쾌한 것이 그의 글의 매력이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자유주의가 ‘주의’가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자신과 다른 사상을 존중하는 태도는 모든 ‘주의자’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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