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키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딸은 아들과 똑같이, 혹은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있는 반면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해선 부모들이 당혹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
이에 따라 1990년대 중반 미국 학교내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남아들의 행동패턴을 연구했던 미국 학자들의 연구서들이 최근 국내에 잇달아 소개되고 있다.
▼ 혼란 당황 ▼
회사원 강덕용씨(38·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얼마전 둘째아들(초등학교 3년)때문에 당황했다.
아들은 “여자애들이 뭐가 약해요? 얼마나 힘이 센데…남자애들과 싸울 때는 울지도 않아요”라며 여자애들한테 잘해 주라고만 하는 아빠에게 대들었던 것. “그래도 잘해 주라”고 얼버무렸다는 강씨는 “솔직히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고교 1년과 초등 5년생 형제를 둔 주부 오모씨(42·제주 제주시)는 “요즘 여자애들이 너무 드세 남자애들이 불쌍하다. 교사들도 여자애들만 편드는데 남자애들은 자존심 때문에 여자애들에게 맞았다고 말도 못한다”며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정신과 조교수 댄 킨들론은 “여권운동으로 여성이 자상한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억센 변호사도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정착된 데 반해 남성의 경우는 세상 변화에 대한 인식의 발전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이같은 현상을 설명했다.
▼ 어떻게 키워야 할까 ▼
얼마전까지만 해도 학자들의 관심대상은 여자아이였다. 그러나 “최근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의 90% 이상이 남자아이들”이라며 정작 “관심이 필요한 것은 남자아이들”이라고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은혜씨는 지적한다.
“주의력결핍장애나 학습장애진단을 받을 가능성은 여아보다 남아가 훨씬 높고 연필을 손에 쥐는 능력과 같은 미세운동기능이 부진한 경우도 남아가 많습니다.”
더욱이 남아의 활력과 정복욕구 등 정상적인 행동조차 병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실정.
최근 번역된 ‘아들, 강하고 부드럽게 키워라’(글읽는세상)의 저자인 미국의 교육상담가 돈 엘리엄부부는 “남성적인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라며 “부모는 이를 인정하고 아들의 남성적인 행동이나 심리가 ‘올바로’ 표출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힘과 폭력이 아니라, 요리를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감수성을 길러주고 환경보호 정원가꾸기를 하며 21세기 덕목인 ‘화해’와 ‘돌봄’을 갖춰가도록 이끌라는 설명.
가수 이적의 어머니인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21세기는 남성에게도 강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할 것을 원한다”며 “요리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장점을 생각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아들들과 함께 부엌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