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리면 그 그윽한 울림을 따라 극락에서 지상으로 내려올 듯 정교함과 신성스러움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금속공예의 걸작, 성덕대왕신종 비천상. 그것은 공예에 그치지 않는다. 조각이자 회화다.
그래서 8세기 고대 한국 회화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명품. 거기 한국 회화의 뿌리가 담겨 있다.
이화여대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 ‘에밀레종-한국 고대회화의 흔적’(2일부터 6월30일까지)에선 이 비천상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성덕대왕신종 비천상의 대형 탁본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빗살무늬토기, 청동거울, 삼국시대 토기와 와당, 고려청자 등 회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유물 150여점도 선보인다.
석관(石棺), 암각화, 김유신묘 12지신상, 실상사종 등에 새겨진 각종 조각의 탁본 40여점이 포함돼 있다.
이 특별전은 시대적으론 조선시대, 소재 면에서는 종이 그림 중심의 한국회화사를 극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조선시대 전에도, 종이 그림이 아닌 조각물에도 한국 회화의 전통이 남아 있음을 말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한국회화사엔 기하학적 전통과 사실적 전통이라는 두 축이 공존해 왔다는 사실도 보여 준다. 빗살무늬토기와 청동거울 경북 고령 암각화 등에서는 기하학적 전통을,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신라 토기 등에서는 풍속화 민화로 이어지는 사실적 전통을 발견할 수 있다.
17일 오후4시엔 강우방 국립경주박물관장(한국미술사)의 특별강연 ‘한국 고대조각으로 본 회화의 흔적’이 마련된다. 02-3277-3676,3152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