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여성 속옷도 '테크노 열풍'…신소재 언더웨어 유행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의류업체들이 해마다 제시하는 디자인과 빛깔 등 유행 스타일은 대체로 비슷하다. 지난해 가을부터 쏟아져 나온 카키 계열의 옷들이 그 예. 그들 사이에 모종의 의견일치를 이뤄낸 결과다. 소비자들이 유행에 뒤쳐질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서 어쩔수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겉옷과 달리 속옷업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트렌드를 강하게 내놓지 못했다. 연간 1조 3천억원 규모의 속옷 시장이지만 재래시장에서 팔리는 비율이 40%나 돼 유행 보다 기본 스타일에 치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이라는 호재를 두고 작년 가을부터 업체들은 두가지 트렌드를 상품화하고 있다.

하나는 테크노 열풍을 속옷에 끌어들인 사이버 또는 테크놀로지 경향. 면 소재에서 벗어나 금속성의 차가운 느낌이 나거나 섬유자체에서 이중 빛깔이 나면서 번쩍거리는 신소재를 활용했다.

영국 듀폰사에서 개발한 까끌까끌한 촉감의 합성섬유 탁텔이 대표적 소재. 필라 임프레션 보디가드 등 20대를 타깃으로 한 중간 가격 브랜드의 제품에 많다. 필라는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 개념을 속옷에 들여와 두 개의 얇은 천을 겹친 팬티와 브래지어를 내놓았다.

또다른 하나는 로맨티시즘. 1990년대 후반 구찌에 이어 2000년 샤넬이 원색 꽃무늬 프린트를 강조하면서 불기 시작한 로맨티시즘 유행은 국내 속옷시장을 자극했다. 골드 메탈블루 레몬 핑크 등 가볍고 밝은 색상에 레이스는 더 화려해졌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체형 보정 등의 기본적 기능에 얼마나 충실한가에서 입었을 때 겉옷에 표가 나지 않는가로 초점이 옮아가는 추세. 1998∼99년 인기가 치솟았던 맞춤 속옷이 최근 잠잠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에따라 원단에 꽃무늬를 찍어 장식성이 있으면서도 겉으로 도드라지지 않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거들도 원단을 몇 겹으로 겹쳤던 것을 단순화해 원단 하나로 매끈하게 보이도록 했다. 대신 엉덩이를 받쳐주거나 아랫배를 눌러주는 힘이 다소 느슨해질 수 있다.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를 전제로 한 속옷도 많이 선보인다. 제임스딘으로 인해 촉발된, 팬티에도 주머니를 다는 식의 아이디어성 패션 속옷에서 나아가 아예 ‘실내복화’를 노리고 있는 것.

엘르는 속옷을 반바지와 티셔츠의 개념으로 바꾸어 실내복으로도, 속옷으로도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다. 겉옷에 사용되는 라이크라 모달 등 소재를 속옷에 쓰는 것도 같은 맥락. 비비안에서는 아예 깊게 패인 옷을 입었을 때 남들을 매혹시킬 수 있도록 브래지어 컵 상단을 화려한 레이스로 수놓은 ‘노출용’ 제품을 내놓았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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