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조리되지 않은 천연의 맛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몇 번만 먹어 보면 그 다음부터는 ‘저항할 수 없는’ 그 맛에 이끌린다는 것. 페르시아의 시(詩)에도 캐비어는 최음제로 등장하며 ‘자극적 효능’과 정욕을 증가시키는 데 쓰인다고 나와 있다. 실제로 철갑상어의 척추 안에는 ‘베시가’라는 골수가 있어 최음제로 취급된다. 중국에서는 베시가를 가루로 만들어 결혼하는 신부에게 먹이는 관습이 있다.
캐비어는 또 지방이 적으며 비타민 단백질이 많고 칼로리가 낮은 완벽에 가까운 식품이다. 러시아에서는 캐비어가 건강식품으로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었다. 요즘에도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환자들이 많이 먹고 있으며 캐비어에서 기름만 뽑아 마시는 것으로 야채를 많이 섭취하지 못하는 추운 지방에서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의 역할을 대신한다.
캐비어는 아름다움을 주기도 한다. 1964년 프랑스의 화장품회사 잉그리드 밀러는 캐비어와 인간의 피부세포의 구조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기초로 캐비어의 미용효과를 발표했다. 캐비어가 노화방지에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는 것. 이 회사는 요즘도 캐비어를 화장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으며 철갑상어의 남획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으로 화장품으로, 때로는 정력제로. 아무리 가치가 높아도 맛을 모르면 말짱 도루묵.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는 자녀들에게 하루 한 숟가락씩 캐비어를 꼭 먹게 했으나 아이들이 캐비어를 먹으려 하지 않자, 요리사가 바나나를 으깨 캐비어와 섞어서 바케트에 발라 먹도록 했다.
송희라(요리평론가) hira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