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프라이버시와 공공성'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프라이버시와 공공성' 베아트리츠 꼴로미냐 지음, 박훈태 송영일 옮김/문화과학사 397쪽 1만4000원▼

저자는 우리가 기거하는 집을 사진이나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로 분류한다. 여기에는 하나의 중요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바로 ‘근대’ 건축이라는 것.

건축에서의 근대성이 갖는 의미는 일찍이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시대를 두고 평한 바에서 찾을 수 있다. “사(私)의 공(公)으로의 침입, 즉 프라이버시가 공공연히 소비되게 됐다”는 …. 니체의 의미심장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근대인의 가장 독자적인 특성은 어떠한 외면에도 대응하지 않는 내면과 어떠한 내면에도 대응하지 않는 외면 사이의 진기한 대립에 있다.”

저자는 근대건축의 두 거장이며 서로 대별되는 작품세계를 구축한 르 코르뷔지에와 아돌프 로스의 주택건축을 통해 외면과 내면, 프라이버시와 공공성이라는 경계가 어떻게 허물어지고 재생산되는가를 고찰했다. 집이 단지 그 안에 사는 사람을 담아내는 하나의 빈 용기(容器)가 아니라 거주자의 삶을 구성해내는 일종의 메커니즘이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 그래서 창문이 영화의 스크린과 같은 의미를 갖는 창문이 영화의 스크린과 같은 코르뷔지에의 집에서는 거주자가 영화배우가 된다면 로스의 집에서는 중심이 연극의 무대로 비워져있고 거주자는 관객이 된다. 건축을 매개로 근대성의 실체를 해명.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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