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識泰山이란 ‘泰山을 몰랐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泰山은 산 이름이 아니라 춘추시대 魯나라 사람으로 魯班(노반)의 제자다. 魯班은 公輸般(공수반)이라고도 불렸는데 천하의 細工(세공) 名匠(명장)으로 孟子나 墨子(묵자)에도 등장한다.
泰山이 갓 木工을 익힐 때였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魯班의 맘에 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泰山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닌가. 배우려는 의욕이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또 틈만 나면 배움터를 뛰쳐나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부근에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한 번 들어가면 몇 시간이고 나오지 않았다.
연말이 되어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탁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다들 잘 만들었지만 泰山만은 엉망이었다. 화가 난 魯班은 그를 쫓아내고 말았다.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魯班은 시장에서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대나무 가구를 발견했다. 너무도 놀라워 수소문해 본 결과 자기가 쫓아냈던 泰山이 만든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10여년 전 그로부터 배울 때 泰山은 대나무의 유연성에 주목하여 대나무를 익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승이 나무만 고집하니까 하는 수 없이 대나무 숲으로 도망쳐 혼자 익혔던 것이다.
魯班은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나는 눈을 가지고도 泰山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후에 泰山은 竹工藝(죽공예)의 창시자가 되었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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