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김진수씨, 화랑대신 작업실서 전시회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6분


조각가 김진수(42)는 약속장소에 1톤 트럭을 몰고 나왔다. 자신의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을 실어나르기위해 트럭을 구입했다는 설명이다. 트럭은 동시에 그의 소중한 승용차이기도하다.

김진수는 20일까지 자신의 작업실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작가의 작업실에서 직접 열리는 전시는 드물다. 그는 트럭을 몰고 경기 고양시 일산구 구산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 겸 전시장인 ‘스튜디오 엠엔(MN)’으로 질주했다. 달리는 차안에서 작업실전시에 대해 설명했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이태리 카라라 국립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뒤 몇년여 동안 작업만 했습니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부품을 조달하고 중고 선반을 사다가 쇠를 깎고 조이고, 손가락이 찢어져 속옷을 찢어 감기도 하고…. 작품을 만들고 났더니 전시장 섭외하기가 힘들더라구요. 미술관이나 화랑쪽에 아는 사람도 적고…. 또 작품이 워낙 커서 적당한 전시공간을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아예 작업실에서 그대로 전시하기로 결심했지요.”

작업실에 들어서자 길이 7m 높이 5m에 이르는 거대한 강철조각 ‘미래로 가는 길’이 앞을 가로막는다. 거대한 축에 반원형 철조각 6개가 매달려 있다. 철조각 위쪽에 큰 거울이 있다. 철조각 밑바닥에는 흰 대리석가루가 깔려있다. 조각품 앞쪽에 설치한 영사기를 틀자 조각위쪽 거울에 물결을 닮은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미지는 다시 바닥에 있는 대리석가루에 비쳐진다. 작업실에 물결무늬를 닮은 흰 빛이 가득찬다. 갑자기 격렬한 북소리가 울린다. 그 속에서 축에 매달린 강철조각들이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직선축에 매달린 조각들이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나타낸다. 빛과 소리를 이용한 것은 작품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빛과 소리가 가득한 전시장 내부 공간 전체가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빛 소리 쇠조각들이 함께 어울려 격렬한 모습을 나타내는 장면으로 생명력이 가득한 우주를 표현하고자했다. 빛 시간 공간 등을 통해 우주의 근본을 생각해보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는 작업실 명칭을 설명하며 자신의 작업관을 밝혔다. “‘엠(M)’과 ‘엔(N)’은 알파벳 순서 중간에 위치한 글자입니다. 제 작품 세계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고 완성을 향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0344-923-2567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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