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 2000]인터넷 영화/영상혁명 이끈다

  • 입력 2000년 3월 6일 01시 30분


클릭, 클릭. 영화 개봉에 맞춰 극장에 가지 않고도, 비디오 대여점에 가지 않고도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기만 하면 펼쳐지는 시네마 천국.

‘인터넷 영화’는 영화 관람에서 시공의 제약을 없앨 뿐만 아니라 영화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배급하고 디지털로 제작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영상매체의 탄생과 비견될만 하다.

지난해 7월 하나로통신이 ‘오스틴 파워’의 극장 개봉과 동시에 인터넷 상영을 시도한 이래 국내에는 10여개의 인터넷 영화관이 생겨났다. 보유 작품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웹시네마(www.webcinema.co.kr),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인터넷 판권을 갖고 있고 최신 프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아이씨네(www.icine.com), 성인영화 전문제공을 목표로 한 두루넷 영화관(enter.thrunet.com/cinema), 최초의 인터넷 전용영화 ‘예카’를 제작한 한글과 컴퓨터(www.hansoft.com), 인터넷 3차원 입체영화를 준비중인 인터무비(www.intermovie.co.kr)…. 특히 올해 초고속 인터넷망 200만 회선을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고무돼 세계적으로도 유래없이 많은 인터넷 영화관이 생겨날 전망이다.

▽인터넷 전용영화〓대개의 인터넷 영화는 필름의 아날로그 영상신호를 디지털로 바꿔 상영하는 식이지만 인터넷 전용영화 제작도 느는 추세다.

인터넷 영화관 아이씨네를 운영하는 주아이링크는 제작 중인 상업용 인터넷영화 ‘I’m OK’를 이달말 위성을 통해 전국 PC방에서 개봉할 계획. 아이링크는 이를 위해 위성을 이용한 동영상 전송방식인 SDVTs(위성 디지털 동영상 전송시스템)을 개발했다. 아이링크 안현진 마케팅실장은 “위성을 통한 인터넷 영화는 풀 스크린으로 봤을 때도 DVD수준의 고품질 영상서비스가 가능하다”면서 “도중에 동영상이 끊어지거나 속도가 느린 현재 인터넷 영화의 단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오렌지 씨씨도 유지태 이영진 등이 출연하는 인터넷 영화 ‘01412 파사신검’을 제작중이며 이달 중순경 인터넷을 통해 개봉할 계획이다.

▽인터랙티브 무비〓영화의 스토리 전개에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 영화인 인터랙티브 무비는 인터넷 영화만이 지닐 수 있는 강점. 전문적으로 인터넷 인터랙티브 영화를 제작해온 네오무비(www.neomovie.com)는 지금까지 ‘영호프의 하루’와 ‘밀레니엄 살인 행진곡’ 두 편을 선보였다. ‘영호프의 하루’는 관객이 두 가지 이야기 중 하나를 선택하면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지는 방식. 또 ‘밀레니엄 살인 행진곡’은 등장인물의 시점에 따라 일곱가지 상황이 전개된다. 인터넷의 특징을 잘 살리긴 했지만 선택의 수준이 아직까지는 초보적인 편.

한편 게임과 영화를 결합해 관객의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게임 무비’도 조만간 등장할 예정. 게임 무비는 네티즌이 스스로 영화속 인물이 되어 영화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나 퍼즐을 풀어야만 극 전개가 이뤄지는 방식. 현재 엔스크린이 최초의 게임 무비가 될 ‘메가시티 오션 블루’를 제작 중이다.

▽영화의 디지털화〓인터넷 영화는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영화의 디지털화를 앞당기고 있다. 대개의 인터넷 전용영화들은 300만원 대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뒤 디지털 편집을 거쳐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로 배급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아이소프트사가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개발해 실용화를 앞두고 있어 조만간 디지털 영화 프로젝션 시스템을 갖춘 극장도 등장할 전망. 아마 10년 후면 차르르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아날로그 영화 필름이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질런지도 모른다.

물론 인터넷 영화가 일반 영화나 비디오처럼 보편화되기에는 한계가 많다. 우선 펜티엄 3급 이상의 컴퓨터와 128kbps이상의 전용선이 있어야 하고 ADSL, 케이블TV 인터넷, 위성인터넷, ISDN중 하나에 가입해야 한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접속하면 동영상이 도중에 끊어지는 일도 곧잘 발생한다. 그러나 초고속 인터넷망의 확충과 위성 인터넷 등 기술 발전의 속도를 고려하면 인터넷 영화는 가까운 시일안에 영화 관람의 방식, 영화 문화를 바꿔놓는 강력한 매체 가운데 하나로 떠오를 듯하다.

▼키워드:디지털 배급▼

디지털 배급은 아날로그로 제작된 영상신호를 디지털 부호로 변환하여 배급하는 형태를 통칭하는 말. 인터넷 영화가 대표적인 예다.

아이링크의 안현진 마케팅실장은 “인터넷 영화관을 통한 디지털 배급은 소비자가 원하는 영화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고 제작사는 다양한 관람계층을 개발하며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배급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배급이 인터넷 영화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조지 루카스 감독은 지난해 ‘스타워즈:에피소드Ⅰ’을 개봉하면서 위성을 통해 디지털 부호로 영화를 송신하고 각 극장에서 그 부호를 받아 상영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디지털 배급은 초기 설비투자비가 비싸지만 화질과 음질이 선명하고 배급비용이 10분의 1정도로 절감된다는 이점이 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