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과 푸른 눈의 그는 사람들이 곧잘 자기를 스웨덴인이나 노르웨이인으로 착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그 곳 언어에 능통하다.
그가 그리그, 시벨리우스 등이 작곡한 북구 가곡들을 음반으로 내놓았다. 눈과 얼음결정의 희푸른 이미지로 착색된 앨범 제목은 ‘눈 속의 다이아몬드’다. 앨범에 실린 시벨리우스의 가곡 제목과도 같다.
북구 언어의 미묘한 울림이 선뜻 귀에 다가서지 않지만, 단어 하나하나의 뉘앙스며 모음과 자음의 독특한 색깔을 짚어내는 솜씨는 여지없다. 그것은 해설지의 번역문을 통해 어느정도 느낄 수 있는 것이고, 98년 내한공연에서 입증된 것이기도 하다. 당시 보니는 김규환곡 ‘님이 오시는지’를 우리 말로 불렀다. 발음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끌고오는’ ‘꽃향기’등 낱말이 전해주는 뉘앙스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 냈다.
데카사가 발매한 이번 음반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목소리의 ‘무게’를 다루는 그의 감각이다. 그의 소릿결은 투명한 만큼 가볍다. 목소리가 가벼운 소프라노들은 흔히 표현의 층이 얇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솔베지의 노래’에서 보니는 속도를 바짝 빠르게 끌어당기는 대신 굽이굽이 한이 서리는 듯한 비브라토로 그 가벼움을 극복한다. 시벨리우스의 ‘꿈이었던가’에서 마지막, 딱 한번 마음먹고 지르는 포르티시모의 날세운 푸르름이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기억해 둘 만한 한가지. 피아노 반주를 맡은 안토니오 파파노는 차기 영국 코벤트가든 오페라극장 음악감독으로 낙점된 지휘자로, 최근 EMI사가 출반한 ‘라 보엠’ ‘제비’ 등 푸치니 오페라 전곡음반의 지휘를 맡으며 차세대 거장으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 (만점〓별5개)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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