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자인 저자는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지냈고 현재 인하대교수. 저서는 ‘한국의 농기구’‘한국 민속학’ 등.》
옛사람들은 집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여겼다. 우주를 관장하는 신이 있는 집에도 집을 돌봐주는 지킴이가 있다고 믿었다. 집 전체를 관장하는 우두머리격인 성주를 비롯해 터에는 터주, 문에는 문신, 부엌에는 조왕, 우물에는 용신, 뒷간에는 뒷간신, 그리고 어린 목숨을 돌보는 삼신과 자손의 복을 빌어주는 조상신 등. 집지킴이는 집안 곳곳에 깃들어 있었다.
이 책은 그 다양한 집지킴이들의 유래와 특성, 옛사람의 삶과 집지킴이의 관계 등을 풍부한 예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지킴이는 대개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모셔진다. 쌀을 담은 독을 방 안의 선반에 올려놓고 성주로 모시는 경우가 그 예다. 물론 우물의 용신은 우물물 자체가 지킴이로 여겨지지만. 집지킴이의 특징은 그것이 집 안에 존재한다는 점, 성주를 제외하곤 여성이 집지킴이를 관장한다는 점 등이다.
지킴이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은 인간과 지킴이(신)의 공존을 뜻한다. 즉, 집지킴이는 신성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저자는 “일제 강점기, 미신타파라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하나둘 사라지더니 1970년대 이래 근대화 열풍에 휩쓸려 자취를 감추었다”고 안타까워 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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