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프린스턴대 역사학 석좌교수이며 프랑스 근대사 전문가. ‘마틴 기어의 귀향’영화제작에 고문으로 참여한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듀가 남의 인생을 가로챈 사나이로 등장했던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반갑고도 놀라울 것이다. 반가움은 영화 속 사건의 실제 전개과정을 책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 놀라움은 그 사건이 20세기 후반 서구 역사학계의 주요한 흐름이 된 미시사(微視史), 일상생활사 연구의 중요한 연구사례라는 점일 것이다.
마르탱 게르는 16세기 프랑스 피레네산맥 근처 농촌마을에 실존했던 인물. 아버지와 재산권문제로 갈등을 빚던 게르는 어느날 아내와 아들을 두고 먼길을 떠났다가 8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이 마르탱이 가짜라는 것. 아르노 뒤 틸이라는 이웃지방의 입심좋고 기억력 비범한 한 사나이가 마르탱을 가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내와 누이 숙부 이웃들이 진짜 마르탱이 극적으로 돌아오기까지 몇 년간 ‘가짜 마르탱’을 못 알아챘을까.
저자는 마르탱 게르 사건의 재판기록, 그 지역에서 발견되는 공증서등을 통해 당시 농민사회의 경제적 관습, 종교적 신념 부부관계가 가짜인 그를 의도적으로 못 알아채게 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짚는다. 자기 몫의 사관(史官)을 갖지 못한 하층민의 삶을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 손에 잡힐 듯 구체적으로 복원한 미시사연구의 모범작.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