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파리에서]권력 버리고 은둔 택한 황제의 삶

▼'샤를 켕' 피에르 쇼뉴·미셸 에스카밀라 지음/파야르출판사 펴냄▼

샤를 켕 황제(1500∼1558)는 로마제국 멸망 후 유럽의 기독교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과 가장 많은 신하를 거느린 군주로 유명하다. 그의 식민지였던 광대한 라틴 아메리카를 제외하고 유럽내 통치권의 신민만해도 16세기 전체 유럽 인구의 40%에 달했다. 부계와 모계로부터 물려받은 제왕 칭호만 무려 20종에 달해 독일에서는 카를 5세 황제로 불렸으며(1519∼1556) 스페인과 시칠리아에서는 각각 카를로스 1세, 카를로 4세(1516∼1556), 지금은 프랑스에 합병되었으나 당시에는 독립돼 있었던 부르고뉴에서는 백작 등으로 불려 지배령마다 명칭도 달랐다.

그런데 약 40년간의 이 거대한 제국 통치 후 그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 모든 영예를 뒤로한 채 스페인의 한 수도원에 은둔해 그곳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 24일은 이 ‘예외적인’ 제왕의 탄생 500주년이 되는 날. 유럽 각국에서는 이를 기념해 황제에 관한 전시회와 학회 그리고 연구 서적 출판이 한창이다. 프랑스에서 나온 책들 중 이 인물을 정치와 인간 양면에서 밝히는 작품이 바로 이 책 ‘샤를 켕’이다.

피에르 쇼뉴는 스페인 연구의 대가로서 소르본대의 명예교수이며 ‘윤리와 정치학 아카데미’ 위원으로 이 책의 1부를 담당, 그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연구한다. 미셸 에스카밀라는 그의 제자로 캉 대학 교수이며 2부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낸다.

1부는 먼저 이 황제의 생애를 연대적으로 짧게 소개한다. 그가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제국의 다양성과 이에 대한 그의 정치적 태도 그리고 이를 유지하는데 있어서의 여러 난점들을 보여준다.

당시의 유럽은 대부분 가족 내의 상속으로 계승되는 수많은 소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의 통치 하에 있던 국가들은 분산되어 있었으며 언어가 다를 뿐만 아니라 각기 서로 다른 정치 행정 제도 및 고유의 관습을 갖고 있었다.

그는 각국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정책을 택하지만 국가들 사이의 공통된 이해 부족이라는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특히 그의 통치 하에 일어난 루터의 종교개혁은 제국의 종교 일치를 추구한 그에게 큰 실패로 다가왔다. 제국의 확대를 두려워한 프랑스는 독일 프로테스탄트들의 반란을 도왔고 결국 북부독일 국가들의 신교로의 개종을 승낙하게 된 것이다(1552).

2부는 속세와 권력을 포기하고 은둔을 택하는 그를 통해 자유로운 인간상을 찾는다. 또한 그의 정치적 운명을 ‘신앙의 수호자’라는 역할 속에서 보여준다.

샤를 켕의 제국은 신교의 탄생 그리고 국가 간 서로 다른 제도들이 유지되고 특수성이 존중되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유럽연합(EU)’을 예시한다. 그래서 그의 제국 통치의 성공과 실패는 현대 유럽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이다.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원 박사과정)